황인철 KAL기 납북피해자가족회 대표가 9일 서울 종로구 교북동 북한인권시민연합사무실에서 유엔에 제출한 실종자 관련 서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양회성 기자
北, 6개월 안에 해명해야
국내 납북자 문제가 처음으로 유엔 차원에서 다뤄진다. 1969년 납북된 대한항공(KAL)기 피해자가족회 대표 황인철 씨(43)는 9일 유엔인권이사회(UNHRC) 산하 ‘강제실종문제에 관한 실무반’에 아버지 황원 씨(실종 당시 32세)와 관련한 서류를 제출했다. 이 유엔 실무반은 실종 및 납치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만든 곳으로 국내 납북자 문제가 이곳에 접수되기는 처음이다.
강릉MBC(당시 영동MBC) PD였던 황 씨의 아버지는 1969년 12월 11일 오후 12시 25분 승무원 4명과 승객 47명을 태우고 강릉을 떠나 서울로 향하던 비행기에 탑승했다가 고정간첩에 의해 북한으로 강제 납치됐다. 이 사건이 널리 알려지면서 당시 북한은 국제적으로 지탄을 받았다. 결국 66일 만에 승객 39명(간첩 1명 제외)을 돌려보냈지만 승무원 4명 전원과 황 씨의 아버지를 포함한 승객 7명 등 11명은 억류됐다. 4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들 11명의 생사는 오리무중이다.
유엔 실무반은 신청서를 접수하는 즉시 강제실종자의 가해 정부에 해명을 요청하도록 돼 있다. 요청을 받은 곳은 6개월 안에 답변을 보내야 하고 해명이 부족할 경우 또다시 유엔의 해명 요청을 받는다. 이런 과정을 비공개로 반복하다 해당 정부가 지나치게 불성실하게 대처하거나 다른 강제실종 사례까지 추가로 발견될 경우 실무반은 그 정부를 인권이사회에 고발하고 이사회는 공개석상에서 해당 정부를 ‘강제실종 문제가 심각한 국가’로 거명할 수 있다. 이는 유엔 차원에서 그 정부의 납치실종 관련성을 확정하는 것으로 문제해결을 국제적으로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
이에 따라 유엔 실무반은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북한대표부에 해명 요청을 보낼 예정이다. 북한 정부와 똑같은 효력을 갖는 이 대표부도 6개월 안에 납북된 황원 씨의 생사 여부, 소재 등에 대한 해명서를 내놔야 한다. 납북피해자가족 모임을 결성하고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꾸준히 활동해 온 황 씨는 “납치를 해명하든 부인하든 북한과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돌아보고 잊혀진 피해자들에게 다시 한 번 신경을 쓸 계기를 마련한다는 것 자체가 큰 진전”이라고 말했다.
2004년 북한 국경선 입구에서 행방불명된 탈북자 김경숙 씨 문제로 유엔에 서류를 낸 적이 있는 북한인권시민연합은 6개월간 황 씨의 서류 준비를 도왔다. 이영환 조사연구팀장은 “1969년 KAL기 사건처럼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한 납치피해는 드물다”며 “과거 자료를 찾고 신청서를 육하원칙에 맞게 준비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1970년대 아르헨티나 같은 남미 국가에서 이런 신청이 많아 결국 유엔이 강제실종에 관해 아르헨티나의 책임을 묻는 공식발표를 하기도 했다”며 “국내의 다른 납북피해자가족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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