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대 대학원생 강우성 씨
“한글 세계에 알릴 절호 기회”
직접 제작 1000장 무료 배포
8일 오후 1시(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도심 한복판이 붉게 물들었다. 앞면에는 ‘대한민국’이라는 하얀색 굵은 글씨가, 뒷면에는 치우천왕과 그에 대한 한글 설명이 새겨진 붉은색 티셔츠가 맨해튼 중심가인 타임스스퀘어 앞 거리를 뒤덮었다.
뉴욕대 대학원생인 강우성 씨(27)는 이날 손수 제작한 월드컵 티셔츠 1000장을 한인 유학생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타임스스퀘어 앞에서 무료로 배포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맨해튼 거리는 티셔츠를 받기 위한 행렬로 장사진을 이뤘고 강 씨가 준비해 간 티셔츠는 불과 2시간여 만에 동났다.
“한국의 월드컵 응원 티셔츠에는 왜 한글이 없을까 생각했습니다. ‘Be the Reds’나 ‘Go devils’처럼 영문을 쓰는 것이 멋있어 보이고 세계화 추세에 걸맞다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월드컵은 우리의 가장 훌륭한 문화유산 중 하나인 한글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강 씨는 기호심리학을 전공하면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글부터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난해부터 블로그를 통해 다케시마가 아닌 독도, 기무치가 아닌 김치를 널리 알리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석사 마지막 학기인 그가 꼬박 두 달을 매달릴 만큼 이번 일은 쉽지 않았다.
4월 초 티셔츠 도안은 직접 그렸지만 문제는 5500달러나 하는 제작비용이었다. 강 씨는 이틀 밤을 꼬박 새워가며 작성한 20장짜리 스폰서 요청 공문을 한국 기업들에 보냈지만 반응은 시큰둥했다. 두 번째로 인터넷 모금 청원을 위해 글을 올렸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뒤늦게 한 대기업으로부터 후원을 해주겠다는 연락이 왔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내걸었다. 치우천왕과 그에 대한 한글 설명이 기업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며 자사가 판매 중인 월드컵 티셔츠를 나눠주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 제안을 거부한 강 씨는 무작정 티셔츠 도안과 기획서를 들고 코리아타운 상가와 미주 한인회, 유학생 모임 등을 돌기 시작했다. 100명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 취지를 설명했고 이 중 30여 명으로부터 성금을 모았다. 운 좋게도 옷 공장을 하는 한 교포를 만나 당초 계획보다 1000달러나 저렴한 4500달러에 1000장의 티셔츠를 제작하게 됐다. 이 같은 사실이 한인 사회에서 입소문으로 번지면서 뉴욕이 아닌 버지니아와 필라델피아 등지에서도 성금을 보내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