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일 축하” 목사님의 특별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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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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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심경 260여 자 사흘에 걸쳐 금가루로 필사

보은 학림교회 이근태 목사
옥천 대성사 찾아 직접 전달

충북 옥천군 옥천읍 대성사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요식에서 이근태 목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이 사찰의 주지 혜철 스님에게
 자신이 사경한 반야심경을 전달하고 있다. 오른쪽은 옥천성당 신순근 신부. 사진 제공 대성사
충북 옥천군 옥천읍 대성사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요식에서 이근태 목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이 사찰의 주지 혜철 스님에게 자신이 사경한 반야심경을 전달하고 있다. 오른쪽은 옥천성당 신순근 신부. 사진 제공 대성사
“불경과 성경 모두 세상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말씀으로 가득 차 있는데 남의 종교 것이라고 해서 무시하거나 배척해서는 안 됩니다.”

충북 보은군 보은읍의 학림교회 이근태 목사는 부처님 오신 날인 21일 옥천군 옥천읍의 태고종 사찰인 대성사(주지 혜철 스님)를 찾았다. 이날 이 목사는 직접 사경(寫經·경전을 필사하는 것)한 ‘반야심경’을 선물하고 신도들에게 축하 인사와 함께 종교 간 화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부처님 오신 날 선물을 하기 위해 사흘에 걸쳐 가로 60cm, 세로 25cm의 감지(紺紙·검은빛이 도는 짙은 남색으로 물들인 종이)에 금가루로 반야심경 260여 자를 촘촘히 사경했다. 또 조만간 ‘금강경’도 사경해 선물할 계획이다.

그는 목사가 (불교)경전을 써 불교계에 전달하는 것을 두고 기독교계의 비난과 눈총이 있을 것으로 알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성철 스님도 생전에 성경을 다섯 번이나 읽으셨습니다. 내가 믿는 종교가 귀하면 다른 사람이 믿는 종교도 귀한 것이죠.” 타 종교라고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그릇된 생각이라는 게 이 목사의 소신이다.

20년 넘게 사경을 해 온 이 목사는 이 분야의 권위자다. 한국미술협회 회원으로 예술의 전당에서 두 번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사경은 초등학생 받아쓰기 하듯 막 쓰는 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성인(聖人)의 말씀을 쓰는 일은 정성이 담겨야 하기 때문에 깨끗한 마음가짐이 반드시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혜철 스님은 “2년 전 학림교회 성탄예배 때 축하 인사차 방문하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며 “종교 간 벽을 넘어 서로 이해하는 모습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성사의 ‘부처님 오신 날 대법회’에는 이 목사를 비롯해 옥천성당의 신순근 신부와 신도 등도 방문해 종교 간 화합의 모습을 보여줬다.

옥천=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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