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에 어렵게 대학에 입학했던 1세대 장애대학생이 후배들을 위해 10억 원이란 거금을 쾌척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0일 서강대에 따르면 철학과 60학번인 김경자 씨(70)는 지난달 10일 열린 동문 행사에서 "장애인 재학생을 돕는데 써 달라"며 10억 원의 기부 약정서를 전달했다.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한 김씨는 1960년 서강대의 개교 첫 입학생으로 비(非) 장애인에게만 입시 기회를 주던 당시 대학가에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1세대 장애 대학생이다. 당시 모 대학에서 지체장애인이란 이유로 입학을 거부당했던 그는 서강대를 직접 찾아가 딸의 처지를 설명한 아버지의 노력 끝에 서강대 시험을 쳤고 입학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폐결핵을 앓게 돼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2년 만에 대학생활을 접어야 했다.
학업은 중단했으나 김 씨는 시골에서 요양하면서 12년간 폐결핵 치료에 나서 병을 극복한 뒤 아버지의 낙농업 가업을 36년간 이었다. 부친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13년간 골프연습장을 운영했다. 그는 올해 초 사업을 정리한 뒤 생긴 10억 원을 후배들을 위해 내놓기로 했다. 김 씨는 동문회를 통해 "다른 대학과 달리 지체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내치지 않은 학교가 고마웠다. 당시 얻었던 희망을 이제 후배에게 전해주고 싶어 사업으로 번 돈을 내놨다"고 전했다. 그는 언론과의 직접 인터뷰는 끝내 사양했다.
동문회는 이 기금에 김씨의 가톨릭 세례명을 따서 '로사 장학금'이란 이름을 붙이고 내년부터 매년 약 10명의 장애 학생에게 혜택을 줄 예정이다. 서강대 총 동문회는 모교 사랑을 실천한 김 씨에게 6일 감사패를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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