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대학생 1세대, 모교에 10억 장학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0일 20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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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장애인이란 이유로 내치지 않았던 학교가 고마워서요…."

1960년대에 어렵게 대학에 입학했던 1세대 장애대학생이 후배들을 위해 10억 원이란 거금을 쾌척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0일 서강대에 따르면 철학과 60학번인 김경자 씨(70)는 지난달 10일 열린 동문 행사에서 "장애인 재학생을 돕는데 써 달라"며 10억 원의 기부 약정서를 전달했다.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한 김씨는 1960년 서강대의 개교 첫 입학생으로 비(非) 장애인에게만 입시 기회를 주던 당시 대학가에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1세대 장애 대학생이다. 당시 모 대학에서 지체장애인이란 이유로 입학을 거부당했던 그는 서강대를 직접 찾아가 딸의 처지를 설명한 아버지의 노력 끝에 서강대 시험을 쳤고 입학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폐결핵을 앓게 돼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2년 만에 대학생활을 접어야 했다.

학업은 중단했으나 김 씨는 시골에서 요양하면서 12년간 폐결핵 치료에 나서 병을 극복한 뒤 아버지의 낙농업 가업을 36년간 이었다. 부친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13년간 골프연습장을 운영했다. 그는 올해 초 사업을 정리한 뒤 생긴 10억 원을 후배들을 위해 내놓기로 했다. 김 씨는 동문회를 통해 "다른 대학과 달리 지체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내치지 않은 학교가 고마웠다. 당시 얻었던 희망을 이제 후배에게 전해주고 싶어 사업으로 번 돈을 내놨다"고 전했다. 그는 언론과의 직접 인터뷰는 끝내 사양했다.

동문회는 이 기금에 김씨의 가톨릭 세례명을 따서 '로사 장학금'이란 이름을 붙이고 내년부터 매년 약 10명의 장애 학생에게 혜택을 줄 예정이다. 서강대 총 동문회는 모교 사랑을 실천한 김 씨에게 6일 감사패를 수여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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