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줄게 없어 미안하다던 그 천사 할머니 옥탑방 전세금 이어 육신마저 주고 떠나다

  • Array
  • 입력 2010년 2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85세 김춘희 할머니 별세

“목숨이 붙어 있는 한 계속 기부하고 싶어요. 죽으면 하고 싶어도 못하잖아요.”

옥탑방 전세금 1500만 원을 기부하는 등 가난한 삶 속에서도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공헌해온 김춘희 할머니(85·서울 양천구 신정동·사진)가 평소 자주 하던 말이다. 김 할머니는 4일 자신의 육신마저 다른 사람에게 주고 세상을 떠났다.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어렵게 살면서 전 재산과 시신을 기부하기로 한 김 할머니가 이날 숨졌다고 밝혔다.

김 할머니는 평생을 이웃을 도우며 살아왔다. 김 할머니는 1945년 광복 직후 가족을 떠나 북한에서 홀로 남한으로 내려온 이후 봉사의 삶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김 할머니는 6·25전쟁이 발발하자 충남 홍성으로 피란 간 후 그곳의 한 보육원에서 10년 동안 고아들을 돌보는 등 선행을 계속했다.

본보 2005년 1월 13일자 A8면 참조
[미담]“더 줄게 없어 미안해”… 80평생 나눔의 삶 김춘희 할머니

또 김 할머니는 행상을 하며 번 돈의 대부분을 불우이웃을 돕는 데 썼다. 김 할머니는 정부 생계비로 근근이 생활하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20년이 넘게 생계비에서 20만 원씩 떼어 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놨다. 김 할머니 자신은 정작 사회복지관에서 주는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웠다.

김 할머니는 2005년 자신이 살던 옥탑방 전세금 1500만 원과 시신을 기증키로 약정해 ‘기부천사’, ‘옥탑방 할머니’ 등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또 2006년 12월 250만 원, 2007년 12월 500만 원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기도 했다.

평소 천식을 앓던 김 할머니는 지난해 12월부터 몸이 극도로 쇠약해졌다. 김 할머니는 지난달 20일 호흡 곤란 증세로 서울 구로성심병원으로 이송됐고 결국 폐혈성 쇼크와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김 할머니의 시신은 6일 고려대 의대에 기증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