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양명학 연구 中본토서 인정받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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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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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목 영남대 교수 책 中서 발간

“한국의 인문학술이 중국이나 일본의 학술을 수입 번역하는 단계를 넘어 해외로 진출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영남대 최재목 교수(48·동양철학·사진)가 1996년 펴낸 ‘동아시아의 양명학’이 최근 중국 런민(人民)대에서 ‘동아양명학(東亞陽明學)’으로 번역 출간(198쪽)됐다. 최 교수는 13일 “동아시아 사회에서 한국적 양명학의 좌표를 대등하게 인정받은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런민대가 기획한 ‘양명학연구총서’는 11권으로 최 교수를 제외한 필자 10명이 중국과 대만의 양명학 연구 권위자다.

양명학은 중국 명나라 중기 왕양명(1472∼1528)이 개창한 유학의 새로운 흐름으로 당시 조선에는 관학이던 주자학에 반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배척되다시피 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도 조선의 양명학은 허균(1569∼1618)을 거쳐 정몽주의 후손인 정제두(1649∼1736)가 인천 강화도에서 양명학 연구에 힘을 쏟아 ‘강화학파’를 형성할 정도로 활발했다.

한국 양명학을 재발견한 계기는 1933년 당시 연희전문학교 교수이던 정인보 선생(1893∼1950)이 동아일보에 66회 연재한 ‘양명학 연론’을 통해서였다. 이 연재물은 ‘지행합일’ 등으로 대표되는 양명 사상을 통해 주체적 민족의식을 높인 탁월한 논문으로 평가되는데, 그의 한국사연구와 독립운동의 정신도 양명학에 바탕을 둔다는 것이 통설이다.

최 교수는 “한국에서도 양명학의 뿌리가 중국과 일본 못지않은데도 배척된 것은 당시 유학의 편협성을 잘 보여준다”며 “역동적인 양명 유학을 재발견해 유학의 지평을 넓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가 1991년 일본 쓰쿠바(筑波)대에서 받은 박사학위 논문인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도 2005년 일본의 유명 출판사인 페리칸사에서 일본어로 번역 출판됐다. 총서 발간을 기획한 우광(吳光·65) 저장(浙江) 성 사회과학원 교수는 “양명 유학이 동아시아 3국에 미친 영향이 크지만 한국과의 비교 연구가 매우 부족했다”며 “최 교수의 저술은 한국 양명학의 전개를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밝혔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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