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회든 완벽한 법은 없습니다. 법을 지키지 않으면 혼란에 빠져 모두에게 손해입니다.”
천주교 정진석 추기경(78)이 수필집 ‘햇빛 쏟아지는 언덕에서’(가톨릭출판사)를 최근 출간했다. 1969년 ‘목동의 노래’에 이은 두 번째 수필집이다.
정 추기경은 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서울대교구청 집무실에서 책 출간과 관련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용산 철거민 참사 사건을 언급하며 “재개발 현장마다 갈등이 발생하는데, 이는 관련법이 미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빨리 해결하려면 입법기관이 나서야 한다”며 “입법기관을 설치하고 특권을 주는데도 그 대우만큼 국민에게 봉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수필집에는 준법정신을 강조하는 내용 외에도 ‘함께하는 사회’ ‘행복한 가정’ ‘달력과 우주의 질서’ 등을 담고 있다.
정 추기경은 이날 한 해를 뒤돌아보며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식 추모 열기를 먼저 언급했다. 그는 “김 추기경이 선종하신 뒤 우리 사회에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말이 늘었다.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더욱 확산되기를 바란다며 “석가 공자 예수가 위대한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점인데, 이런 점에서 봐도 김 추기경은 큰어른이었다”고 말했다. 정 추기경은 글의 첫 부분에서 빅뱅 우주론, 물리학의 관점에서 본 시간과 공간의 의미를 짚은 데 대해 “과학을 통해 인간과 우주를 알수록 신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다”며 “책에 소개한 과학적 성과들은 올해 매스컴이 보도한 것을 알기 쉽게 풀어쓴 것”이라고 말했다.
정 추기경은 1961년 사제품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번역서를 포함해 책 30여 권을 냈다. 오전 4시에 일어나 집무를 시작하기 전까지 글을 쓴다고 한다. 정 추기경은 “책을 내는 게 일종의 취미”라며 “글 쓰는 동안에는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