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한국 뮤지컬 감수성-재능 세계최고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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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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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국내초연 ‘모차르트!’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 방한

20일 서울 덕수궁 돌담길에서 만난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의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 씨. 감수성이 풍부한 한국에 반했다는 그는 특히 소주와 삼겹살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20일 서울 덕수궁 돌담길에서 만난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의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 씨. 감수성이 풍부한 한국에 반했다는 그는 특히 소주와 삼겹살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유럽 뮤지컬계가 거만하다(arrogant)면 일본 뮤지컬계는 자부심이 넘치고(proud) 한국 뮤지컬계는 개방적(open)입니다.”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의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 씨(64)는 한국 뮤지컬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내년 1월 2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국내 초연하는 ‘모차르트!’ 한국어 공연의 제작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내한한 그를 20일 만났다.

“제 작품은 감수성이 가장 중요한데 한국인들이 저처럼 감수성이 풍부하단 것을 발견했습니다. 스태프와 배우들이 계속 ‘뭔가 잘못된 것은 없느냐’며 의견을 묻는 데 놀랐어요. 세계를 돌아다녀 봤지만 뭔가를 배우겠다는 자세가 이토록 진지한 이들은 처음입니다.”

그는 한국인의 재능에도 감탄했다. 리허설 과정에서 모차르트의 누나 난넬 역을 맡은 배해선 씨가 부르는 ‘왕자는 떠났네’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렸다며 한국 배우들의 가창력과 표현력은 최고라고 말했다.

‘플라∼이 로빈, 플라∼이’로 시작하는 세계적 히트곡의 작곡자인 그는 작사가인 미하엘 쿤체와 콤비를 이뤄 오스트리아 뮤지컬을 세계적 문화상품으로 만들어 냈다. ‘엘리자베스’(1992년) ‘모차르트!’(1999년) ‘레베카’(2006년) 등 두 콤비가 발표한 뮤지컬은 지금까지 3000여만 명이 봤다.

아무리 그래도 세계 최고의 천재 작곡가를 그리는 뮤지컬의 음악을 만든다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그는 “그게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털어놨다.

“모차르트가 작곡한 음악은 완벽합니다. 농담을 하면서 그가 펜으로 끼적인 악보에는 한 치의 실수도 없었어요. 전곡을 CD로 보관하고 있는데 말년의 곡을 들어보면 베토벤과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이미 선취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이 다른 후배 작곡가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그를 일찍 데려갔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의 뮤지컬은 모차르트의 곡이 삽입곡으로만 등장할 뿐 록과 팝 중심으로 꾸며졌다. 모차르트를 자유로운 영혼을 꿈꾼 반항적인 록스타처럼 형상화했기 때문이다. 실제 뮤지컬 속 모차르트는 마이클 잭슨을 연상시킨다. 모차르트는 성장하면서 아들의 재능을 소유하려는 아버지에게 맞서고, 후원을 미끼로 음악을 조종하려는 정치세력에 맞서며 자유를 찾지만 결국 가난과 외로움에 직면한다.

뮤지컬에는 어른 모차르트와 함께 그의 천재성을 상징하는 어린 모차르트가 함께 등장한다. 어린 모차르트는 깃털 펜을 들고 오선지에 음표를 그려 넣는 후반부에 가서 잉크가 떨어지자 어른 모차르트의 피를 잉크로 삼는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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