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의 1%를 책 사는 데 투자하라” 김수환 추기경 인생 덕목

  • 입력 2009년 5월 27일 02시 49분


‘김수환 추기경의 인생 덕목’

봉두완 씨 ‘시대정신’ 기고

“김수환, 그는 가장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김수환 스테파노, 그는 늘 고뇌하는 신앙인이었으며 천년 미래의 후배들도 닮고 싶어 할 선배였다.”

봉두완 천주교 한민족돕기회장은 계간 ‘시대정신’ 여름호에 기고한 고 김수환 추기경(사진) 추모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봉 회장은 글에서 사회 문제에 적극 참여했던 추기경의 모습, 선종 전 병문안 때 추기경과 함께 성가를 불렀던 일화를 소개했다. 30년 넘게 추기경과 교분을 나눈 봉 회장은 평소 추기경의 발언을 토대로 ‘김수환 추기경의 인생 덕목’을 9개 키워드로 나눠 정리했다.

▽말=말을 많이 하면 필요 없는 말이 나온다. 양 귀로 많이 들으며 입은 세 번 생각하고 열라.

▽독서=수입의 1%를 책을 사는 데 투자하라. 옷이 헤지면 입을 수 없어 버리지만 책은 시간이 지나도 위대한 진가를 품고 있다.

▽노점상=노점상에서 물건을 살 때 깎지 말라. 그냥 돈을 주면 나태함을 키우지만 부르는 대로 주고 사면 희망과 건강을 선물하는 것이다.

▽웃음=웃는 연습을 생활화하라. 웃음은 만병의 예방약이며, 치료약이며, 노인을 젊게 하고 젊은이를 동자(童子)로 만든다.

▽TV(바보상자)=텔레비전과 많은 시간 동거하지 말라. 술에 취하면 정신을 잃고 마약에 취하면 이성을 잃지만 텔레비전에 취하면 모든 게 마비된 바보가 된다.

▽성냄=화내는 사람이 언제나 손해를 본다. 화내는 사람은 자기를 죽이고 남을 죽이며 아무도 가깝게 오지 않아서 외롭고 쓸쓸하다.

▽기도=기도는 녹슨 쇳덩이도 녹이며 천년 암흑 동굴의 어둠을 없애는 한 줄기 빛이다. 주먹을 불끈 쥐기보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자가 더 강하다.

▽이웃=이웃과 절대로 등지지 말라. 이웃은 나의 모습을 비추어 보는 큰 거울이다. 이웃이 나를 마주할 때 외면하거나 미소를 보내지 않으면, 목욕하고 바르게 앉아 자신을 곰곰이 되돌아봐야 한다.

▽사랑=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진정한 사랑은 이해, 관용, 포용, 동화, 자기 낮춤이 선행된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렸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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