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태권도 감독 된 대학생

  • 입력 2009년 1월 6일 03시 00분


영산대 김민수씨, 2007년 獨국제대회서 눈에 띄어

태권도를 전공한 대학생이 오스트리아 태권도 국가대표팀의 감독이 됐다. 세계 태권도 역사상 대학생이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군 복무로 경남 양산시 영산대 태권도학과 3학년을 휴학 중인 김민수(26·사진) 씨는 5일 오스트리아 태권도협회의 국가대표 감독직 요청을 받아들였다. 국군체육부대 태권도부에서 군 복무 중인 김 씨를 대신해 영산대가 구두 계약을 먼저 했다.

정식 계약은 김 씨가 전역한 뒤 20일경 오스트리아 협회와 현지에서 맺을 예정이다. 4년 계약이며, 김 씨나 오스트리아 측 모두 조건에 만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국내 태권도계에서 널리 알려진 선수는 아니다. 1989년 부산 서감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도복을 입었지만 부산 개금고를 졸업할 때까지 이렇다 할 성적을 못 냈다. 고교 때는 전국 대회에서 한 번도 메달을 따지 못했다. 부산대회에서 2등만 두 번 했다. 이 때문에 그는 대학 입학에도 실패했다.

고교 졸업 뒤 한동안 공사현장에서 막노동을 한 김 씨는 “너무 힘들어서 대학에 가야겠다”며 다시 도복 끈을 고쳐 맸다. 또래 선수들이 하루 5, 6시간 운동할 때 11, 12시간씩 훈련에 몰두했다.

김 씨는 “눈물이 날 정도로 이를 악물고 연습을 했다. 잠자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 수능 공부 시간을 제외하고 미친 듯이 발차기를 했다”고 말했다.

2003년 뒤늦게 영산대에 입학한 그는 이때부터 두각을 보였다. 지난해까지 주요 전국대회에서 웰터급 미들급 헤비급 등 3체급을 석권했다.

김 씨가 오스트리아 대표팀 감독을 맡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2007년 독일 국제태권도대회였다. 이때 선보인 나래차기와 빠른 스피드가 오스트리아 태권도협회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구효송 태권도학과장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성적이 부진했던 오스트리아가 뛰어난 감독을 찾는다는 소식에 바로 민수 생각이 나서 감독으로 추천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주위에 뛰어난 지도자가 많은데 갑자기 외국 국가대표팀 감독이 돼 얼떨떨하다”며 “하지만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실전에서 익힌 실력을 바탕으로 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유럽선수권과 세계선수권에서 오스트리아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자신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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