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손가락 잃었지만… 7대륙 최고봉을 안았다

  • 입력 2009년 1월 5일 02시 57분


산악인 김홍빈씨 남극 빈슨매시프 등정… 장애인 최초 7좌 완등

남극의 칼바람도 그의 도전 정신을 꺾을 수는 없었다.

열 손가락이 없는 장애 산악인 김홍빈(45·사진) 씨가 장애인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7대륙 최고봉 등정에 성공했다.

광주시는 김 씨가 2일 오후 3시 50분(현지 시간) 7대륙 등정의 마지막 도전이었던 남극대륙 최고봉 빈슨매시프(4897m) 정상에 올랐다고 4일 밝혔다.

7대륙 최고봉 완등은 그동안 많은 산악인이 해냈지만 열 손가락이 없는 중증 장애인으로서는 세계 최초의 진기록이다.

1991년 북미 매킨리봉을 혼자 등반하던 중 조난 사고로 동상을 입은 김 씨는 열 손가락을 모두 절단하는 아픔을 겪었으나 등산화마저 벗을 수는 없었다.

7대륙 최고봉 완등이라는 새 목표를 세운 김 씨는 1997년부터 유럽 엘부르즈(5642m), 아프리카 킬리만자로(5895m), 남미 아콩카과(6959m), 북미 매킨리(6194m), 호주 코지어스코(2228m), 아시아 에베레스트(8850m)를 차례로 등정하며 장애 산악인으로 세계에 이름을 널리 알려왔다.

도전의 마지막 과제인 남극 빈슨매시프 등정을 위해 지난달 11일 출국했지만 시련도 있었다. 지난달 23, 24일을 정상 도전일로 잡았지만 기상 악화로 칠레 최남단 도시 푼타아레나스에서 발이 묶이며 정상 도전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예정보다 늦어졌지만 김 씨는 연평균 섭씨 영하 40∼50도의 혹한에 강풍을 뚫어가며 기어이 정상 등정에 성공했다. 1997년 첫 도전 이후 무려 12년 만에 꿈을 실현한 것이다.

김 씨는 정우식 광주일보 사회부장과 함께 빈슨매시프에 올랐으며 이들은 안전하게 베이스캠프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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