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바이러스’ 감동 “음악가 꿈 더 커졌어요”

  • 입력 2008년 11월 21일 02시 57분


베를린 필, 3년 만에 다시 울려퍼진 천상의 선율 20일 오후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사이먼 래틀 경의 지휘에 맞춰 브람스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다. 3년 만에 내한공연을 한 베를린 필은 이날 브람스 교향곡 1, 2번을 웅장하고 화려하게 연주해 갈채를 받았다. 박영대 기자
베를린 필, 3년 만에 다시 울려퍼진 천상의 선율 20일 오후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사이먼 래틀 경의 지휘에 맞춰 브람스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다. 3년 만에 내한공연을 한 베를린 필은 이날 브람스 교향곡 1, 2번을 웅장하고 화려하게 연주해 갈채를 받았다. 박영대 기자
리허설에 모인 청소년들 20일 오전 10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리허설을 보러온 청소년들이 팸플릿을 읽고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이날 오후 공식 연주를 앞두고 청소년 400명을 리허설에 무료로 초청했다. 변영욱 기자
리허설에 모인 청소년들 20일 오전 10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리허설을 보러온 청소년들이 팸플릿을 읽고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이날 오후 공식 연주를 앞두고 청소년 400명을 리허설에 무료로 초청했다. 변영욱 기자
베를린 필 내한공연… 어제 리허설에 청소년 400명 첫 초청

스타 연주자 ‘솔로’에 객석서 잇단 탄성

부산서 새벽에 단체로 올라와 참관도

“베를린 필을 찾아온 여러분을 만나 행복합니다. 리허설에서는 브람스 교향곡 1번과 2번 전체가 연주되지 않는다는 점을 양해해 주세요. 즐겁게 감상해 주세요.”

20일 오전 10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3년 만에 내한공연을 갖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사이먼 래틀 경은 리허설에 앞서 따뜻한 인사말을 건넸다. 베를린 필은 이날 리허설에 청소년 400명을 무료로 초청했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국내 공연에서 리허설을 개방한 것은 처음이다.

콘서트홀 로비에는 이른 아침부터 청소년들로 붐볐다. ‘부산 소년의 집’ 오케스트라 단원 38명은 오전 4시에 관광버스를 대절해 5시간 걸려 서울 예술의 전당에 도착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4동 은천지역아동센터의 초등학생 9명을 인솔하고 온 교사 김미경(38) 씨는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통해 아이들이 클래식을 친근하게 느껴왔는데 초청을 받고 무척 기뻐했다”고 말했다.

‘쿵쾅 쿵쾅 쿵쾅 쾅∼’

힘찬 팀파니 리듬과 함께 브람스 교향곡 1번이 연주되자 학생들은 베를린 필의 강렬하고 웅장한 사운드에 빠져들었다. 래틀 경은 독일어와 영어로 야스나가 도루 악장 등 단원들과 의견을 조율하면서 리허설을 진행했다.

성남청소년오케스트라에서 트럼펫을 연주하는 송상규(12·경기 용인시 독정초등학교 5년) 군은 “현악기와 관악기가 함께 어우러지면서 큰 소리가 터져 나오는 걸 듣고 놀랐다”며 “외국어여서 지휘자의 말은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음악은 통하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래틀 경은 빠른 악장은 중간에 연주를 끊어가며 지시를 내렸지만, 느린 악장의 경우 중단 없이 연주해 늦가을 정취에 어울리는 브람스 곡의 따뜻한 현악 앙상블의 진수를 들려줬다. 교향곡 1번 2악장에서 알브레히트 마이어(오보에), 에마뉘엘 파후드(플루트), 벤첼 푹스(클라리넷) 등 스타 목관주자들의 솔로 연주가 울려 퍼지자 객석에선 탄성이 흘렀다.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 이승혁(10·경기 수원시 소화초등학교 3년) 군은 “베를린 필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1번을 CD로 들으며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며 “음반으로만 듣던 베를린 필의 연주를 눈앞에서 보다니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부산 소년의 집 오케스트라 악장을 맡고 있는 박해성(18) 군은 “우리는 리허설 할 때 초조한데 베를린 필 단원들에게서는 여유와 위엄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은 2시간 반 동안 중간에 자리를 뜨지 않고 리허설을 경청했다.

베를린 필의 오보에 수석인 마이어 씨는 “어린 학생들인데도 조용히 앉아 음악을 깊이 이해하고 듣는 관람 태도를 보여 놀랐다”며 “학생들에게는 평생 단 한 번밖에 없는 환상적인 추억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객석에는 피아니스트 백건우, 서울시향 악장 데니스 김 씨도 참석했다. 김 씨는 “베를린 필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였다”며 “공연을 앞두고 집중해야 할 시간인데도 리허설을 개방한 배려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생동감 파도처럼 넘쳐” 2000여 관객 기립박수

열광 끌어낸 첫날 연주회

베를린 필은 이날 오후 8시 연주회에서는 브람스 교향곡 1, 2번을 선보였다. 2002년 래틀 경이 지휘자로 취임한 이래 브람스 교향곡 전곡(1∼4번) 연주는 처음이어서 큰 관심을 끌었다.

풍월당 대표 박종호 씨는 “지휘자가 디테일은 세계적인 수석 연주자들의 역량에 맡기고 전체적인 맛을 살리는 연주였다”며 “생동감이 파도처럼 자연스럽게 흘러넘치도록 해석한 2번 교향곡은 전혀 다른 곡으로 들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부천필하모닉 상임지휘자 임헌정 씨는 “역동적인 표현으로 강약을 조절하며 클라이맥스로 이끌어가는 래틀 경의 지휘가 인상적이었다”며 “지휘자가 템포를 자유자재로 가져가도 여유 있게 따라오는 현과 목관의 앙상블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래틀 경은 공연이 끝나자 오케스트라 안으로 걸어가 목관주자는 물론 구석에 있는 팀파니, 콘트라베이스 주자까지 차례로 일으켜 세워 관객들에게 인사하게 했다. 약 2시간의 연주가 이어지는 동안 숨죽여 지켜보던 2000여 명의 관객들은 일제히 “브라보”를 외치며 기립 박수를 보냈다.

베를린 필은 21일에는 브람스 교향곡 3, 4번을 연주한다. 오전 10시에 진행되는 리허설도 400명의 청소년들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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