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만에 예산중 찾은 스티븐스 美대사, 눈가에 이슬이…

  • 입력 2008년 10월 8일 19시 46분


스티븐스 美 대사의 '눈물' 33년만에 예산을 찾은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가 8일 예산중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옛 추억이 담긴 영상자료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
스티븐스 美 대사의 '눈물'
33년만에 예산을 찾은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가 8일 예산중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옛 추억이 담긴 영상자료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
"참 오고 싶었는데 이제야 왔네요."

지난달 부임한 캐슬린 스티븐스(55) 주한 미국대사의 첫 공식 나들이는 33년 전 그가 평화봉사단원으로 영어를 가르쳤던 충남 예산중학교였다.

8일 오후 1시 40분 예산군 예산읍 예산중학교. 검은색 정장 치마에 미색 카디건 차림의 스티븐스 대사가 교정 안으로 들어서자 300여명의 학생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면서 환영했다.

당시 제자였지만 이제는 모교 교사로 재직 중인 박창일(47) 교사와 예전에 함께 영어를 가르쳤던 권영란(57) 계룡시 용남중 교사가 그에게 꽃다발을 안겼다.

이 학교 박종완(62) 교장의 안내를 받아 교정 곳곳을 돌아보면서 스티븐스 대사는 아련한 추억으로 빠져들었다. 박 교장이 "여기가 테니스장"이라고 알려주자 기억이 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박 교장이 교장실로 안내해 예전의 인사기록카드를 보여주자 스티븐스 대사는 "당시에 한국말이 서툴러 일부는 빈칸으로 남겨뒀다"고 회고했다. 박 교장은 당시 앨범 사진 속의 스티븐스 대사를 손으로 짚으면서 "심은경 선생님이네요"라고 알려줬다.

체육관에서 열린 환영행사 답사에서 스티븐스 대사는 "외교관은 다른 문화와 사고방식을 이해해야 하고, 인내심을 갖고 어려운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사람인데 나는 예산에서 외교관이 되는 길을 배웠다"며 "모든 것이 변했는데 이렇게 따듯하게 맞아줘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자신에게 도움을 줬던 동료 교사들의 이름을 열거하다가 감격에 겨워 울먹이기도 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미국과 한국 두 나라는 자유무역협정과 한반도비핵화, 영구적인 평화구축, 비자면제 프로그램 등 여러 사항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며 "한국에 있는 동안 한미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격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업을 참관하던 중 "한국의 어떤 것이 좋으냐"는 학생의 질문을 받자 "사람"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백과사전과 미국 소개 도서 123권을 학교에 기증하고 기념식수를 한 뒤 김동국 충남 예산교육장으로부터 '명예 충남교사' 위촉장을 받았다.

이에 앞서 예산군청을 방문해 최승우 군수의 환영을 받았다. 이어 33년 전 머물렀던 예산읍내 하숙집을 방문한 자리에서 그는 주인의 아들인 황규홍(46) 씨로부터 "당시 밥을 해줬던 어머니가 지난해 위암으로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눈시울을 붉혔다.

스티븐스 대사는 9일 옛 제자 및 동료들과 인근 수덕사를 찾아 등산을 한 뒤 귀경한다.

예산=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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