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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15일 0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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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요. 그만 때리세요.”
몽둥이로 발바닥을 맞는 신랑은 아프다고 하면서도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지켜보던 하객들은 새신랑의 엄살에 배꼽을 잡았다.
11일 오후 경북 영주시 선비촌에 있는 전통혼례식장.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푸른 눈의 외국인 남녀가 하객 100여 명의 축하 속에 백년가약을 맺었다. 주인공은 성균관대 국제하계대학에 참가 중인 체코 출신 대학생 마레크(25) 씨와 루시(26·여) 씨. 이들은 영어 동시통역으로 1시간 반가량 진행된 이날 혼례식에서 맞절을 하고 꽃가마를 타는 등 하루 동안 한국인이 되었다. 혼례식이 끝난 뒤에는 한국 전통가옥에서 달콤한 첫날밤도 보냈다.
2005년 영국 유학 도중 만나 연분을 맺은 이들이 한국에서 결혼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마레크 씨의 지극한 ‘한국사랑’ 때문.
지난해 9월 성균관대에 교환학생으로 온 그는 “속 깊은 한국인과 역동적인 한국 사회에 반했다”며 “한국 전통혼례를 본 뒤 그대로 하고 싶었는데 마침 성균관대가 영주 선비촌을 결혼 장소로 추천해주고 지원까지 해주어 이런 기회를 얻게 됐다”며 기뻐했다.
물론 인생에서 한 번뿐인 결혼식을 이국땅에서 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남자 친구를 따라 4월 한국에 온 루시 씨는 “보통 결혼을 1년 넘게 준비할 정도로 체코에서 결혼식은 큰 행사”라며 “체코에 있는 부모님과 친구들은 짧은 준비 기간에 그것도 낯선 땅에서 결혼을 한다고 하니 걱정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에서 대학을 나온 그녀는 그곳의 좋은 직장도 그만두고 마레크 씨를 따라올 정도로 그에 대한 믿음이 컸다. 그러한 믿음이 한국에서의 결혼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한국 생활을 하며 가장 불편하다고 느낀 점이 언어 문제라고 전했다. 마레크 씨는 “한국인은 수줍음이 많은 것 같다”며 “자신감 있게 외국인을 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