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誌 “김현희, 친북성향 정부때 북송 걱정”

  • 입력 2008년 4월 18일 03시 01분


항공기 테러범에서 반공 교육 강사로 변신한 김현희 씨가 친북 성향의 정권기인 지난 10년간 숨죽여 살아왔다고 일본 시사 주간지 아에라가 보도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항공기 테러범에서 반공 교육 강사로 변신한 김현희 씨가 친북 성향의 정권기인 지난 10년간 숨죽여 살아왔다고 일본 시사 주간지 아에라가 보도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범인 김현희 씨가 한국에 친북 성향의 정부가 들어선 후 10년간 북송될 것을 우려하며 은둔생활을 했다고 일본 시사 주간지 아에라 최신호가 보도했다.

아에라는 김 씨가 방송 출연과 수필집 출간 등 활발한 대외 활동을 하다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잠적했다고 전했다. 정부의 대북정책이 친북으로 바뀌면서 그의 입지도 좁아졌다는 것이다.

김 씨는 김 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거래 도구로 자신을 북한에 되돌려 보낼까봐 불안해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그는 1996년 김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점쳐지자 미국 이민을 준비하기도 했다.

그러나 테러범 전력 때문에 미국행이 어려워지자 김 씨는 김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지 열흘 만인 1997년 12월 28일 전 국가정보원 직원 정모 씨와 결혼 후 언론과의 접촉을 끊었다.

KAL기 폭파사건 수사 당시 김 씨를 담당했던 고수길 전 국정원 수사관은 결혼이 급하게 진행된 데다 두 사람의 성격도 정반대여서 부부 사이는 매우 나빴다고 아에라에 밝혔다.

김 씨는 남편과 시댁이 있는 경북 경주시로 갔으나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최근엔 수도권 신도시에 거주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확인된 정보는 없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국정원 직원의 권유로 김 씨가 1990년대에 구입한 서울 강남의 아파트는 그동안 가격이 10배가량 치솟으면서 20억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씨는 언론을 통해 보여준 차분한 이미지와는 달리 국정원에서 수사를 받을 때 여수사관이 입은 화려한 색감의 옷을 부러워하며 “나도 저런 옷을 입어보고 싶다”고 하는 등 엉뚱한 말을 하기도 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아에라는 보수 성향의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김 씨가 은둔생활에서 벗어나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 씨는 북한의 지령에 따라 김승일(체포 당시 자살)과 1987년 11월 KAL 858기를 폭파했다. 그는 1990년 3월 사형이 확정됐으나 같은 해 4월 특별 사면된 후 국정원의 지원을 받으며 반북(反北) 교육 강연자로 변신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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