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아줌마의 힘 10년만에 희망 복원…김명옥-이경숙 씨

  • 입력 2007년 2월 21일 02시 58분


아름다운 재단이 벌이는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지원을 받아 21일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자동차 외형복원 전문점을 여는 김명옥 씨(왼쪽)와 이경숙 씨가 20일 오전 자동차에 광을 내며 웃고 있다. 강병기  기자
아름다운 재단이 벌이는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지원을 받아 21일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자동차 외형복원 전문점을 여는 김명옥 씨(왼쪽)와 이경숙 씨가 20일 오전 자동차에 광을 내며 웃고 있다. 강병기 기자
“이름이 새겨진 명함을 보며 그동안 고생했던 일들이 생각나 서로 부둥켜안고 한참 울었습니다.”

서울 중구 신당동 언덕길에는 외환위기를 10년 만에 극복한 두 중년 여성의 자동차 외형복원 전문점이 21일 문을 연다.

문을 열면 3평짜리 사무실 벽면에는 본사가 지닌 차량용 부분도장 특허 기술을 사용할 권한을 가졌다는 인가서가 붙어 있고 15평가량의 작업실에는 자동차의 찌그러진 부위를 펴는 장비, 도색 장비, 광택을 내는 장비 등이 개업을 기다리며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 가게를 연 김명옥(47·여) 씨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남편과 갈라선 뒤 이삿짐센터에서 짐을 나르고 이벤트 행사장에서 청소를 해 버는 월수입 50만∼60만 원으로 딸(20)과 아들(16)을 키웠다.

김 씨는 “3년 전 축구선수가 꿈인 아들을 축구부가 유명한 중학교에 입학시켰다가 돈이 없어 전학시킬 때 가장 가슴이 아팠다”며 “교육청에서 서류를 작성하다 주저앉아 서럽게 울었다”고 돌이켰다.

설상가상으로 2년 전에는 미용실 인테리어 공사를 하다 2층에서 떨어져 허리에 타박상을 입었다.

결국 김 씨는 동사무소에서 소개해 준 중구 자활후견기관에서 1년여 동안 세차 일을 배운 뒤 아모레퍼시픽의 자금 지원으로 ‘아름다운 재단’이 벌이는 마이크로크레디트(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무보증 소액 창업대출 제도) 사업의 지원금 6000만 원을 받아 자신의 가게를 내게 됐다. 공동 창업자인 이경숙(50) 씨는 18년 전 오른쪽 다리를 저는 남편(50)과 결혼했다. 남대문에서 시계 판매점을 하던 남편과 아들(16)을 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던 이 씨에게 외환위기는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남편은 한 달에 100만 원도 채 벌지 못했고 2년 전 결국 문을 닫았다. 이 씨는 식당에서 일하며 월 70만∼80만 원을 벌다 직업을 소개해 준다는 말을 듣고 중구 자활후견기관을 찾았다.

이 씨는 “남자들 틈에서 자동차 복원 기술 교육을 받으면서 기계 이름을 외우느라 고생했고 페인트 냄새, 먼지에 시달렸지만 내 가게를 갖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텼다”며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가게를 갖게 된 이 씨를 위해 무뚝뚝한 남편은 하얀 벽시계를 사왔고 아들은 “집안일을 맡아서 할 테니 가게에만 전념하라”며 격려했다.

10년 만에 외환위기를 희망으로 바꾼 김 씨와 이 씨는 “아무것도 없는 우리를 믿고 자금을 지원해 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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