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95년 삼성 2세대 64메가 D램 생산

  • 입력 2007년 2월 3일 03시 00분


‘미래를 창조하는 마법의 돌.’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사장이 반도체를 일컫는 말이다.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 규모만 374억 달러(약 35조 원·전체 수출의 11.5%)에 이르니 과연 마법이 따로 없다.

반도체의 마법은 0과 1의 2진법에서 시작된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모든 정보가 0과 1로 표시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2는 반도체에 ‘2’로 저장되지 않고 ‘00000010’으로 기억되는 식이다. 그래서 2진법의 디지털은 10진법의 아날로그보다 분명하고 정확하다.

한국 반도체의 신화도 2진법의 논리에서 싹 텄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에세이집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1997년·동아일보사)를 잠시 들여다보자.

“우리가 앞으로도 10진법 논리로 양적 확대에만 치중한다면 새로운 발상은 기대할 수 없다. ‘0’이냐 ‘1’이냐를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그 선택방안에 대해서는 최고의 질을 추구하는 2진법의 논리로 사고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그는 1974년 당시로서는 무모한 ‘반도체 사업 진출’을 선택했고 그 후 최고를 추구했다. 매주 일본으로 건너가 반도체 기술자를 만났다. 주말에는 그 기술자를 일본 회사 몰래 한국으로 데려와 직원들에게 기술을 가르치게 했다.

기술료는 아무리 거액이라도, 달라는 대로 한 푼도 안 깎고 줬다고 한다. “그래야 그들의 실패 사례까지 덤으로 배울 수 있다”고 이 회장은 적고 있다.

1983년 삼성전자의 경기 기흥 공장은 6개월이란 초단기간에 완공됐다. 보통 2년 걸리는 공사였다. 그만큼 제품 생산 시기도 앞당길 수 있었다.

‘타이밍의 산업’인 반도체 경쟁에서 추격의 타이밍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1992년 64메가D램을, 1994년에는 세계 최초로 256메가D램을 개발했다.

1995년 2월 3일 삼성전자는 기존의 64메가D램보다 크기는 작고, 생산성은 높아진 ‘2세대 64메가D램’을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그 직후 일본의 한 경제연구소는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이 일본을 곧 추월할 것 같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일본으로서는 불길했던 그 미래가 머지않아 현실이 됐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절대 강자, 한국의 마법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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