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 슈퍼맨 “절벽에 길내러 갑니다”

  • 입력 2006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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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3리의 슈퍼맨’들이 6일 오후 경기 양주시 덕정리 채석장에서 막바지 훈련에 땀을 쏟고 있다. 사진 제공 익스트림라이더등산학교
‘한계3리의 슈퍼맨’들이 6일 오후 경기 양주시 덕정리 채석장에서 막바지 훈련에 땀을 쏟고 있다. 사진 제공 익스트림라이더등산학교
9월 중국 쓰구냥 산맥의 거벽 이글피크 등반에 나서는 ‘한계3리의 슈퍼맨’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정상을 바라보는 듯 슈퍼맨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맨 뒤 모자 쓴 이가 김태만 씨, 뒤에서 둘째 줄 왼쪽부터 김경태 조우령 김세준 씨. 앞줄 왼쪽부터 진삼, 엄진원, 김정현 씨. 변영욱  기자
9월 중국 쓰구냥 산맥의 거벽 이글피크 등반에 나서는 ‘한계3리의 슈퍼맨’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정상을 바라보는 듯 슈퍼맨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맨 뒤 모자 쓴 이가 김태만 씨, 뒤에서 둘째 줄 왼쪽부터 김경태 조우령 김세준 씨. 앞줄 왼쪽부터 진삼, 엄진원, 김정현 씨. 변영욱 기자
“극한 상황에서 주민들을 구한 경험이 이번 등반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등반과정을 담은 멋진 산악영화를 만들어 한계3리 주민들에게 선물해야죠.”

지난달 15∼17일 등반 훈련에 나섰다가 폭우로 고립된 강원 인제군 한계3리 주민 50여 명의 목숨을 구해 화제가 된 ‘슈퍼맨’들이 목숨을 건 원정등반에 나선다.

▽본보 7월 18일자 A2면 참조▽
▶“슈퍼맨들이 다녀갔어요”…산악인 8명 주민 50여명 구조

이들은 김세준(37·익스트림라이더등산학교 강사) 김경태(46·내일픽처스 CF감독) 엄진원(50·프리랜서 촬영감독) 진삼(42·열린캠프등산학교 프로듀서) 조우령(39·익스트림라이더등산학교 대표강사) 김태만(34·회사원) 김정현(32·회사원) 씨 등 산악인 7명. 9월 22일 중국 쓰구냥(四姑娘) 산맥 이글피크(해발 5850m) 정상 등반 도전을 앞두고 최근에는 설악산 장수대 등에서 막바지 훈련에 몰입하고 있다.

이들이 오르려는 이글피크는 아직 아무도 오른 적이 없는 봉우리다. 해발 3700m 지점부터 정상까지는 각도가 90∼100도에 이르는 절벽으로만 연결돼 대원들은 지금껏 오른 암벽 중 가장 높고 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세준 씨 등 등반가 7명은 고산거벽을 자일만을 이용해 오르는 ‘대암벽 등반(big wall climbing)’ 전문가다.

대암벽 등반가는 같은 산이라도 더 어렵게 오르기를 고집하기 때문에 고난도의 기술과 체력이 필요하다.

목숨을 건 등반에 나서는 이들이 의지하는 것은 팀워크.

“자일을 함께 잡고 있으면 동료가 보이지 않아도 그 떨림만으로 마음의 변화를 읽어 낼 정도입니다.”(김경태 씨)

이번 도전은 대원으로 참여하는 CF감독 김경태 씨가 픽션이 가미된 세미다큐멘터리 형식의 산악영화 ‘독수리에게 길을 묻다’(가제)로 만들어 낼 예정이다.

이 영화는 내년 세계적 산악 영화제인 이탈리아 트렌토 영화제에 출품된다. 한계3리 주민들 앞에서 시사회를 여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대원들은 원정을 위한 준비과정 중 한계3리에서의 구조 경험이 가장 극적인 훈련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건물이 도미노처럼 쓰러지고 물이 차오를 땐 ‘산쟁이들이 물에서 죽는구나’ 했다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곧 이성을 되찾고 차근차근 상황에 대처한 것이야말로 최고의 훈련이었습니다.”(조우령 씨)

‘슈퍼맨’들은 “등반이란 한 발짝 옮기면서도 겁이 나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주민들을 구할 때 왜 망설이지 않았겠습니까. 하지만 그걸 이기고 주민들에게 로프로 살 ‘길’을 열어 줬다는 데 뿌듯함을 느낍니다. 이번 원정 역시 대암벽 등반을 꿈꾸는 이들에게 새로운 ‘루트’를 만들어 주기 위한 개척입니다.”(김세준 씨)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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