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이렇게 아름답다니…" 12년만에 시력 되찾은 여고생

  • 입력 2006년 3월 15일 18시 29분


코멘트
"햇빛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처음 알았어요."

왼쪽 눈에 보호대를 착용한 이모(16·서울 J여고 2년) 양은 15일 고려대 안암병원을 나서면서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주위 풍경을 돌아봤다.

이 양은 다섯 살 때 인형집을 고친다고 칼을 들었다가 실수로 왼쪽 눈을 찌르는 바람에 각막과 홍채를 다쳤다.

설상가상으로 사고를 당한 해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식당일을 하며 어렵게 살림을 꾸려야 하는 어머니는 딸의 수술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얼마 뒤 큰 맘 먹고 고려대병원에 각막이식 대기자 등록을 했지만 기증자도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오른쪽 눈도 바로 옆에 앉은 사람을 간신히 알아볼 정도로 시력이 악화됐다.

학교에서는 칠판이 보이지 않아 선생님의 목소리와 교과서를 통해 공부했다. 빛을 제대로 볼 수 없어 학교가 끝나면 눈을 감다시피 하고 귀가해 방에 틀어박혀 지냈다.

이런 이 양의 사정이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알려지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후원을 받게 됐다.

이 양은 11일 고려대병원에서 각막과 인공 홍채 이식 수술을 받았다.

12년 만에 시력을 되찾은 이 양은 퇴원 후 "한 번도 바다를 본 적이 없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바다에 가서 일출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글을 즐겨 썼던 이 양의 꿈은 국문학과에 진학해 작가가 되는 것이다.

이 양은 "도와주신 분들 덕분에 꿈과 미래가 되살아났다"며 "내가 죽으면 모든 장기를 기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각막기증 서약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보험공단은 15일 병원을 찾아 수술비 450여만 원과 꽃다발과 곰인형 등을 전달하며 이 양의 퇴원을 축하했다.

장원재기자 peacechao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