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5년간 꼼꼼히 퇴직준비… 적성맞는 평생직장 취직”

  • 입력 2006년 3월 3일 03시 06분


최근 35년 넘게 다니던 은행을 정년퇴직한 한예석 초콜릿박물관장. 강병기 기자
최근 35년 넘게 다니던 은행을 정년퇴직한 한예석 초콜릿박물관장. 강병기 기자
“행복한 퇴직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닙니다. 입사와 마찬가지로 준비가 필요합니다.”

2월 말로 만 35년 넘게 다닌 은행을 정년퇴직한 한국씨티은행 한예석(韓禮錫·58) 전 부장은 퇴직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퇴직 후 더 바쁘다고 말한다.

제주도에 초콜릿박물관(www.chocolatemuseum.org)을 소유하고 있는 한 씨는 은퇴 이후 박물관을 알차게 꾸미고 해외에 국산 초콜릿을 적극적으로 소개할 계획을 차차 진행해 왔다. 당장 화이트 데이를 앞두고 초콜릿을 만들고 판매하느라 정신이 없단다.

이화여대 졸업 직전 씨티은행에 입사한 한 씨가 구체적으로 퇴직 준비를 시작한 것은 5년 전. 외환위기 때 은행을 떠나는 선후배들을 보면서 ‘나도 직장을 나갈 수 있겠다. 갑자기 나가게 돼 힘들어지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외국계 은행이라 외국 출장이 잦았어요. 요리는 자신 없지만 초콜릿은 재미있을 것 같아 틈만 나면 초콜릿을 모으고 단기 과정에 등록해 만드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초콜릿 기술자격증도 서너 개 있어요.”

한 씨는 씨티은행에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었다고 회상했다. 외국계 은행이라 어쩔 수 없이 영어를 사용해야만 했고 1970년대 초 한 여자선배의 ‘투쟁’ 덕분에 결혼 후에도 근무할 수 있었다.

“요즘 신입사원들도 ‘가늘고 길게’ 직장생활을 하겠다고 한다지요. 빨리 승진하면 빨리 나간다고요. 저 자신도 ‘커리어 패스 컨트롤’이라고 제가 가는 길의 속도를 조절했습니다.”

선견지명이 있다고 할까. 한 씨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승진도 빠른 지점장 권유도 받았지만 재미있게 오래 직장을 다니고 싶어 전산 업무를 택했다.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싶었고 계속 공부할 수 있는 여지도 많아 보였다.

물론 승진이나 월급에서 밀려 속상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어차피 갈 길이니까 여유 있게 가자고 마음을 다스렸다. 자리에 연연하거나 무리하지 않았지만 궂은일은 마다하지 않았다. 야근이건 출장이건 가리지 않았다.

한 씨는 후배 맞벌이 주부들에게 “가정과 직장을 양립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했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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