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 졸업 7旬부부 김기현-송정희 씨“내친김에 대학까지”

  • 입력 2006년 2월 1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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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소원이던 중학교 졸업장을 받아 든 김기현 할아버지(오른쪽에서 세 번째)와 송정희 할머니(왼쪽에서 두 번째)가 16일 가족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 남인천중고등학교
평생소원이던 중학교 졸업장을 받아 든 김기현 할아버지(오른쪽에서 세 번째)와 송정희 할머니(왼쪽에서 두 번째)가 16일 가족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 남인천중고등학교
“건강이 허락한다면 고등학교를 마치고 꼭 대학에 가고 싶어요. 북에 계신 어머니가 졸업장을 받은 걸 아시면 기뻐하셨을 텐데….”

16일 인천 남구 학익동 남인천중고등학교 졸업식장. 중학교 3학년 4반 김기현(金基賢·70) 할아버지와 송정희(宋正熙·71) 할머니가 노력상을 받으려고 졸업식 단상에 오르자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송 할머니는 중학교 때 6·25전쟁이 일어나 아버지와 단둘이서 인천에 왔다. 끼니조차 해결하기 어려워 학업을 포기했다.

남편인 김 할아버지도 부모가 일찍 세상을 떠나 중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인천 중구 중산동(영종도)에서 농사를 짓던 부부는 배우지 못한 데 늘 아쉬움을 느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부모의 모습을 지켜보던 김성자(金成子·42·남인천중고교 교사) 씨는 2004년 1월 “중학교에 입학하라”고 권유했다.

부부는 “늦은 나이에 무슨 공부냐”고 망설였다. 하지만 며칠 뒤 “한번 도전해 보자”며 중학교 입학을 결정했다.

처음에는 영종도 집에서 2시간 거리를 통학했다. 부부는 시간을 아껴 공부하려고 학교 근처에 집을 얻었다.

여름·겨울방학 없이 2년간 배우는 중학교 과정을 단 한번의 지각이나 결석 없이 마쳤다. 송 할머니는 중학교 3학년인 외손자 김연근(15) 군과 만나 수학과 영어 문제를 함께 풀었다.

담임인 김정인(31) 교사는 “두 분은 수업시간에 질문을 가장 많이 하는 학생이었다”며 “모르는 것을 이해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3월 이 학교 고등학교에 입학해 계속 공부할 계획이다.

김 할아버지는 “꼭 대학에 진학하는 모습을 손자에게 보여 주고 싶다. 배움에 나이를 따졌던 것이 얼마나 후회스러운지 모른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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