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공군 제16전투비행단에서 열린 고등비행교육 수료식. 동료들과 함께 꿈에도 그리던 ‘빨간 마후라’를 목에 건 박인철(朴仁哲·27·공사 52기) 중위의 감회는 남다르다.
박 중위의 부친인 고(故) 박명렬 소령(공사 26기)은 1984년 F-4E 전투기를 타고 한미연합훈련인 팀스피릿에 참가했다 불의의 사고로 순직했다.
당시 다섯 살로 아버지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했던 박 중위에게 아버지의 존재는 조종복 차림의 빛바랜 사진과 희미한 기억이 전부였다. “사춘기 때 고생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아버지를 원망하기도 했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아버지 대신 어머니를 모시며 살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에 대한 박 중위의 감정은 ‘빨간 마후라’에 대한 동경으로 이어졌고 결국 재수까지 하며 1999년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
박 중위는 4년간의 생도생활을 마친 뒤 2004년 항공실습과정을 시작으로 기본과정, 고등과정에 이르는 1년 8개월의 비행 교육과정을 모두 마치고 조종사를 의미하는 ‘빨간 마후라’와 조종흉장을 받았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