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ment’ 보도사진으로 본 한국 근현대사

  • 입력 2005년 10월 2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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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누구야.”

“너,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알지. 그 사람의 아빠 엄마야.”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신문박물관에 사진전을 보러 온 고영순(48·서울 금천구 시흥동) 씨와 딸 류별(13) 양. 1974년 1월 1일 박 대통령과 육 여사가 청와대 뜰을 거니는 사진을 보고 딸이 묻자 엄마는 이렇게 답했다. 류 양에게 박 대통령은 실감으로 느껴지지 않는 역사 속 인물인 것.

사진전 ‘더 모먼트-동아일보 보도사진으로 본 한국의 근현대사’가 1일부터 신문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더 모먼트’는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동아일보 보도사진을 통해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마련된 전시회.

4·19혁명 당시 총에 맞은 학생을 시민들이 병원으로 옮기는 사진을 비롯해 5·16군사정변, 5·18민주화운동, 1987년 6월 민주항쟁,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 1994년 성수대교 붕괴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00년 남북 정상회담,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 등 현대사의 주요 순간이 사진에 담겨 있다.

유명 정치인, 스포츠 스타, 화제의 인물 사진도 적지 않다. 풍속을 보여 주는 사진은 생활사를 증언하는 자료다. ‘오간수교와 청계천변’(1962년)은 복개 이전의 청계천 모습을 보여 주고 ‘서울역 앞 지게꾼’(1970년)은 당시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드러낸다.

사진 외에 1974년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유진오 박사가 작성한 ‘감정서’ 등 역사적 문건도 최초로 공개되고 각 신문사가 실미도 사건, 12·12쿠데타 등이 있었을 때 발행한 호외도 전시된다.

청계천 복원 후 청계천이 시작되는 청계광장을 찾았던 많은 사람이 바로 옆의 건물에서 열리고 있는 ‘더 모먼트’전도 관람하고 있다. 23일까지 4200여 명이 다녀갔다. 초중고교생과 대학생 단체 관람도 하루 평균 4, 5건씩 이어지고 있다.

5·18 때 희생된 딸의 사진을 안고 우는 엄마의 사진이 가장 인상 깊다는 류 양은 엄마에게 다시 물었다.

“근데 경찰 아저씨가 왜 머리 긴 사람들을 잡아갔죠? 지금은 장발이 유행인데….”

전시는 내년 1월 말까지.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02-2020-1830, 1850, www.presseum.or.kr


신문박물관의 ‘더 모먼트’ 전은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보도 사진으로 느낄 수 있다. ①4·19혁명 당시 부상자를 시민과 학생이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②5·18민주화운동 때 특전사대원이 광주 시민을 곤봉으로 내리치고 있다. ③1976년 강태공들이 서울 한강대교 인근에서 얼음낚시를 하고 있다. ④1985년 이산가족 상봉 때 북측의 아들이 남측의 어머니를 보고 목이 메어 ‘오마니’를 부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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