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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9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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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시에 사는 박칠자(65·여·사진) 씨는 추석 연휴 첫날 집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이때쯤이면 “엄마 나 집에 거의 다 왔어요. 맛있는 밥 해 주세요”라고 말하던 큰아들 김수환(사망 당시 31세) 씨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2003년 12월 서울 마포구 서강대 앞 하숙집에서 화재로 숨졌다.
“노란 참외로 가득 찬 큰 바구니를 안고 있는 태몽을 꾸고 수환이를 낳았어요. 대학을 마치고 취직한 뒤에도 하숙집이 싸고 편하다며 옮기지 않더니만….”
박 씨는 아들이 숨진 직후부터 매년 김 씨 이름으로 서강대에 발전기금을 기부하고 있다. 몇 년 전 남편이 퇴직한 뒤 개업한 작은 옷가게 수입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생활이 넉넉하진 않지만 아들을 기억하고 싶어서다.
“아들이 김수환 추기경과 이름이 같아 별명도 ‘추기경’이었죠. 아들이 서강대는 자신의 별명에 어울리는 가톨릭계 대학인 데다 고등학교라 불릴 만큼 철저히 공부시키는 곳이라 꼭 가고 싶다고 했죠.”
박 씨는 발전기금 용도를 ‘조경’으로 지정했다. 평소 나무를 좋아하던 아들이 서강대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서강대는 땅이 좁아 나무가 별로 없는 게 아쉽다”고 말한 걸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의 학교 동아리 후배들은 김 씨가 수업을 듣던 건물 옆에 작은 소나무를 심어 가꾸고 있다.
박 씨는 “매년 20만 원씩 내다가 올해는 총장님도 바뀌고 해서 100만 원을 냈죠. 액수는 작지만 우리 가족은 매년 계속 기부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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