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종’ 작사 작곡 김메리여사 별세

  • 입력 2005년 2월 12일 02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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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애국가 다음으로 많이 불려진다는 국민동요 ‘학교종’을 작사 작곡한 김메리 여사(사진)가 9일 오후 11시 45분(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세상을 떴다. 향년 101세. “마치 긴 잠을 자는 듯한 평화로운 임종이었다”고 그의 딸 조귀인 씨는 전했다.

김 여사의 삶은 ‘열정’ 자체였다. 작곡가에서 의학연구원으로, 이후 봉사단원으로 끊임없는 변화의 삶을 살았다.

1904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이화여전을 졸업한 뒤 1930년 미국 미시간대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고 음악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시간 주에서 사업을 하던 조오흥 씨와 1936년 서울에서 결혼했지만 남편과 한동안 떨어져 사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총독부가 남편을 친미파로 몰며 강제추방한 뒤 김 여사의 출국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이 아픔 속에서도 김 여사는 광복을 맞은 1945년 초등학교 1학년 음악 교과서 제작 작업에 참여하며 ‘학교종’을 만들었다. 이화여전 음악과 교수 때였다. 그는 “전차 속에서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입학식 날 처음 등교하는 정경을 떠올리면서 노래를 만들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1947년 남편을 찾아 도미한 그는 49세 때 미국 웨인대 대학원에서 생화학과 미생물학 공부를 마친 뒤 의학연구원으로 새 삶을 개척했다.

73세 할머니가 돼서는 아프리카 서부의 라이베리아에서 3년간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1978년 라이베리아를 방문한 당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최고령 봉사자였던 그를 보고 “여기서 뭐하고 있느냐”고 묻자 “당신 어머니처럼 살고 있다”고 대답해 모두를 웃긴 일은 유명하다.

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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