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 출신 장애인 '삼성 최고영예상' 수상

  • 입력 2005년 1월 7일 15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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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고시 출신 장애인으로 '삼성 최고영예상' 수상한 유영복 부장
검정고시 출신 장애인으로 '삼성 최고영예상' 수상한 유영복 부장
소아마비로 인한 장애와 가난, 검정고시 학벌 등의 역경을 딛고 삼성그룹의 최고영예상을 수상한 이가 있다.

화제의 인물은 7일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을 수상한 삼성전자 서남아총괄 인도법인의 유영복(劉泳福·51) 부장. 그는 현지 회사를 인도 내 최고기업으로 일궈낸 일등공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 부장은 2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다리를 저는 장애인이다. 중학교 2학년 때는 집안형편이 어려워져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청계천 다리 밑의 한 상점에서 일하다가 20세가 넘어서야 검정고시로 중,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이후 인천대 전자통신공학과를 나와 1978년 삼성전자 생산직으로 입사했다.

인도공장 제조총괄 책임자로 발령받은 것은 1995년. 한여름 45도를 웃도는 더위에서 시설은 열악했고 근로의욕은 형편없었다.

유 부장은 "인도에서 제일 못 하는 것을 잘하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나온 모토가 클린(clean), 스피드(speed), 액션(action)의 세 가지였다.

그는 100여명의 현지인 노동자 가정을 일일이 방문하며 친밀도를 높였다. "호텔만큼 깨끗한 공장을 만들자"며 직원들을 데리고 일류호텔 '순례'를 다니기도 했다. 우수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히말라야 오지와 라자스탄 사막 지역 등을 돌아다녔다.

그 결과 10%에 달하던 결근율은 1% 밑으로 떨어졌다. 세계 최초로 1일 1인당 생산대수가 100대를 넘어섰고 인도 전국 품질관리 대회에서는 일본 혼다, 소니 등 300여개 기업을 제치고 6연패를 했다. 2002년에는 세계 품질대회에 인도 대표로 나가 우승하는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삼성전자 인도법인은 이제 인도 정부의 행정실무자들의 연수코스로도 활용되고 있다.

"왜 우리공장을 연수코스로 선정했냐고 물으니까 인도인들도 교육시키면 변할 수 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곳이라서 마음에 든다고 하더군요."

유 부장은 현지 직원들 사이에서 '아버지'로 불린다. 유 부장은 "직원들이 나를 좋아해 주고 나도 인도가 고향처럼 느껴진다"며 "앞으로도 계속 인도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은 이날 탁월한 실적과 기술개발로 회사경영에 기여한 4개 부문 10명의 임직원에게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을 수여했다.

수상자는 유 부장 외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박주하 부장 △〃 이웅무 메모리사업부 부장 △〃 반도체연구소 김경태 상무 △〃무선사업부 김헌배 상무보 △〃무선사업부 이민혁 책임 △삼성SDI 기술지원본부 김후득 차장 △삼성토탈 원료기술팀 김현철 차장 △삼성코닝 박태호 차장 △삼성물산 이치노헤 히데오 고문 등이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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