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안고 후배들, 故박동혁병장 추모비 모교에 건립

  • 입력 2004년 10월 2일 01시 53분


‘서해/창창한 물결 위에/그대/뜨거운 조국 사랑/하늘 가득한/웅혼(雄渾)한 기상/영원히 빛나리라!’(고 박동혁 병장 추모 비문 중에서)

56주년 국군의 날인 1일 오후 경기 안산시 경안고교에서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한 젊은 영혼을 위한 추모비 제막식이 열렸다.

바로 2002년 연평도 근해 서해교전 당시 총상을 입고 투병 끝에 결국 그해 9월 20일 유명을 달리한 박동혁 병장을 위한 추모비. 가을비도 촉촉이 뿌린 이날 제막식에는 박 병장의 부친 박남준씨(48) 등 부모, ‘서해교전 전사자 추모본부’의 김종선 대표, 당시 교전에 참가한 2함대사령부 2전투전단의 박건구 중령 등과 경안고 학생 및 교직원 400여명이 참여했다.

이날 행사는 박 병장의 모교인 경안고 학생들이 지난해부터 용돈을 모아 마련한 500여만원으로 마련된 것. 경안고 학생회장인 이재구군(18)은 행사비용으로 쓰고 남은 200여만원을 박 병장의 부모에게 전달했으나 박씨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써 달라”며 즉석에서 성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교정 한편에 마련된 추모비 곁에는 박 병장의 기상이 영원하길 기원하는 뜻에서 소나무 두 그루를 심었다. 또 박 병장의 인식표, 자작시, 해군 휘장 등 박 병장이 생전에 아끼던 물건들을 담은 단지도 함께 묻었다. 부친 박씨는 “동혁이를 화장한 뒤 뼛가루와 함께 나온 포탄 파편도 넣었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이날 박 병장의 후배인 경안고 학생들은 가슴에 ‘잊지 말자 PKM357’이라고 쓰인 배지를 달았다. ‘PKM357’은 서해교전에 참전했던 참수리급 고속정 357호의 함정명. 경안고 정소현양은 이날 추모사에서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던 선배의 의로운 의기를 우리 모두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씨는 “동혁이를 잊지 않는 후배들이 너무나 고맙다”면서 “PKM357호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으로 옮겨 모두가 서해교전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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