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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0월 1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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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환(安明煥·사진) 기상청장이 1일 “후진들에게 길을 열어주겠다”며 자진 사퇴했다.
그는 국민으로부터 가장 많은 욕(?)을 먹는 정부 기관 중 하나인 기상청에서 36년간 근무하며 마음속에만 묻어 놓았던 서운함을 이날 이임식 후 비로소 기자에게 살짝 털어놓았다.
그는 “현재 과학으로는 100% 정확한 예보는 없는데도 우리 국민은 100% 맞히기를 바란다”며 “우리 기상청의 예보 적중률은 선진국 수준인 80%라는 것을 국민들이 이해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상 업무에 일생을 바친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초등학교 시절 그가 살던 동네에는 강릉측후소가 있었다. 마땅한 놀이가 없던 시절 측후소는 그의 놀이터가 됐고 자연스럽게 그는 기상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
지금까지 가족들과 한 번도 휴가를 같이 가지 못해 스스로 ‘0점 아빠’라고 부른다는 그는 올 추석 때도 태풍에 대비하느라 고향에 가지 못했다.
그는 “(기상청장 직급이 1급에 불과해) 부처간 업무협의를 할 때 다른 부처의 책임자들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았고, 매년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힘들었다”며 힘없는 기관의 장으로 어려웠던 점을 털어놓기도 했다.
안 청장은 “기상정보만 잘 활용해도 1년에 전국적으로 5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국민들도 일상생활에서 기상정보를 잘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게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기상에 대한 애정을 버릴 수 없어 다음 학기부터 강릉대에서 기상 관련 강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 청장은 2000년 12월부터 3년10개월간 기상청장으로 재임하면서 기상용 슈퍼컴퓨터 2호기 도입, 수치예보 기반과 서해상 해양기상 관측시스템 구축, 기상위성사업 추진 등을 이끌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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