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오민수박사 “지질 박물관서 주말 자원봉사”

  • 입력 2004년 8월 10일 19시 14분


오민수 박사가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지질박물관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에 대해 생동감 있게 설명하고 있다.- 대전=지명훈기자
오민수 박사가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지질박물관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에 대해 생동감 있게 설명하고 있다.- 대전=지명훈기자
“운석은 우주공간에서 지구로 떨어지는 모든 물질을 말해요. 유사 이래 최대의 운석은 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 지역에 떨어진 10만t짜리인데 지구와 충돌할 때 수소폭탄 하나와 맞먹는 충격을 줬지요….”

7일 오전 대전 유성구 가정동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지질자원연구소 지질박물관. 60대 안내원이 운석과 화석, 공룡 등 갖가지 주제를 넘나들며 전시물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아무리 어려운 질문이 나와도 막히는 법이 없는 그는 이 연구소 광상연구부 책임연구원을 끝으로 2000년 7월 정년퇴임한 오민수(吳敏秀·65) 박사다. 공룡에 대한 그의 설명을 들은 대전 신탄진중학교 2학년 어훈군(14)은 “아저씨 설명을 들으니 마치 공룡이 살아 있는 시대에 온 것 같다”며 좋아한다.

오 박사가 자신의 옛 직장을 다시 찾은 것은 2001년 11월. 당시 곽영훈 연구소장이 지질표본관을 지질박물관으로 확대하면서 그에게 전시물을 안내하고 설명하는 자원봉사를 간곡히 부탁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평일 봉사를 하다 연구원 후배들이 휴일에 출근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토, 일요일 근무를 자청했지요. 전시실을 돌아다니다 아이들을 만나면 불러 모아 설명을 시작해요. 이제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경청하는 손자뻘 학생들을 만나는 일이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 됐어요.”

그는 박물관 자원봉사만 하는 게 아니다. 퇴직 직후부터 벌써 5년째 청주교육대 교육대학원에서 ‘인간과 지구환경’을 강의하고 있다. 2002년 6월부터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전문연구위원으로 위촉돼 해외 최신 기술동향을 수록한 논문이나 저널 등을 번역 요약하는 일도 하고 있다.

“퇴직 후 집안에만 있을까 걱정하던 아내가 이제는 혼자만 돌아다닌다고 투정할 정도입니다. 퇴직을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일거리를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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