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전 부인잃은 김홍신前의원, 亡婦歌 모아 시집 펴내

  • 입력 2004년 7월 6일 19시 11분


‘…오마 하고 온 사랑은 아니지만/가마 하고 가는 사람/잡을 길 없다/가는 사람 그림자 부여잡고/통절한들 무슨 소용 있나/…/그대여/살아남은 자의 애절한 고독을 아는가’ (‘살아남은 자의 고독’ 중)

소설가인 김홍신 전 국회의원(57)이 4개월 전 세상을 떠난 부인을 그리는 애틋한 심정과 홀로된 마음을 시에 담아냈다. 부인의 투병 중 쓰기 시작해 사별 후까지 틈틈이 한 편씩 더한 시들은 곧 시집 ‘한 잎의 사랑’으로 묶여 출간된다. 62편의 시가 수록된다.

“제 첫 시집이죠. 이른바 ‘문학청년’이던 대학 시절에는 늘 시를 썼을 만큼 시를 좋아했어요.”

4월 총선에 출마했던 그는 선거운동 막바지인 3월 말 부인을 잃었다. 병약했던 부인은 오랫동안 천식 등을 앓으며 고통을 겪었다.

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 전 의원은 사별 이후에 대해 “인연의 소중함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든다”고만 할 뿐 말을 아꼈다. “대학 2학년인 딸이 휴학을 했을 만큼 아주 힘들어한다”며 아버지로서의 걱정을 내비쳤지만 정작 자신의 심정에 대해서는 표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시에서는 애끓는 심정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천년 사랑도 원하는 게 아니다/백년의 정붙임도 바라지 않는다/그저 십년만 더 목소리를 듣게 해달란 거’(‘사랑은 무죄’ 중)라며 더 이상 아내를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그대 떠난 자리에 무엇이 남아 있겠소/빈 껍데기로 살아서 무엇하리오/가려거든 날 데려가오/저승동무 나밖에 더 있겠소’(‘빈 껍데기로 살아서’)라며 홀로 된 슬픔을 토로한다.

낙선 후 평생 처음 쉬고 있다는 그는 “요즘 주로 명상서적들을 읽는다”며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면서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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