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사촌형제 김 표트르-우가이 철식 교수의 해후

  • 입력 2004년 5월 10일 19시 04분


“형님, 우리는 빨리 만나야 합니다. 형님이 몹시도 그립습니다.”

강제징용돼 각각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에서 살아온 사촌형제가 한국에서 13년 만에 극적으로 만나게 됐다.

13일 한국외국어대 역사문화연구소가 주최하는 ‘전쟁과 해외 한인’ 발표회에 우즈베키스탄 탱크사관학교 우가이 철식 교수(78·역사학 전공)가 발표자, 러시아학술원 시베리아지부 김 표트르 교수(72·물리학 전공)가 토론자로 참석하게 된다.

사촌형제간인 이들은 1991년 구소련이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해체된 뒤 국가간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한동안 만나지 못했다.

이들의 만남을 주선한 이는 한국외국어대 임영상(林永尙·역사학) 교수.

임 교수는 2000년부터 고려인 동포사회를 연구하며 저명한 고려인의 생애를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던 중 지난해 김 교수의 가족사를 듣게 됐다. 그 후 김 교수는 사촌형이 사는 우즈베키스탄에 직접 연락이 닿지 않자 올 2월 임 교수에게 사촌형에게 보내는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임 교수는 이 편지를 타슈켄트에 있는 제자를 통해 우가이 교수에게 전달했다.

임 교수는 이번 토론회에서 우가이 교수가 ‘1943∼45년 고려인의 강제 이주 및 징집’에 대해 발표하는 것을 알고 김 교수를 토론자로 초청했다.

임 교수는 “강제 징용을 경험한 역사의 산 증인이자 굴곡의 역사를 훌륭하게 헤쳐 온 이 사촌형제를 꼭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8일 입국해 임 교수의 지인 집에 머물고 있으며 우가이 교수는 11일 방한한다.

이들은 11일부터 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에 마련된 숙소에서 함께 지내면서 13일에는 토론회에 참석하고 14일에는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특강하는 등 일정을 마친 뒤 우가이 교수는 19일, 김 교수는 23일 출국할 예정이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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