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선생, 당당한 한국인임을 알렸다

  • 입력 2003년 11월 25일 01시 41분


고 손기정 선생이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우승한 뒤 친필로 쓴 것으로 알려진 서명이 있는 독일 엽서가 공개됐다. 뒷면(위)에는 ‘marathon, K. Son, 손긔졍. KOREAN, 1936.8.15’가 적혀 있고, 앞면에는 1936년 8월 16일자 소인이 찍혀 있다.  사진제공  조선일보
고 손기정 선생이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우승한 뒤 친필로 쓴 것으로 알려진 서명이 있는 독일 엽서가 공개됐다. 뒷면(위)에는 ‘marathon, K. Son, 손긔졍. KOREAN, 1936.8.15’가 적혀 있고, 앞면에는 1936년 8월 16일자 소인이 찍혀 있다. 사진제공 조선일보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고 손기정 선생이 당시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임을 외국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코리안(Korean)’이라고 서명한 우편엽서가 공개됐다.

세계우표전시회 심사위원인 우표수집가 허진도씨(62)는 최근 언론을 통해 20년 동안 간직했던 소중한 엽서 1장을 공개했다.

허씨가 공개한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기념엽서의 앞면엔 1936년 8월 16일자 스탬프가 찍혀 있고, 뒷면엔 ‘marathon(마라톤), K, SON, 손긔졍. KOREAN. 1936. 8. 15’라고 적혀 있다.

허씨는 “83년 독일에서 발행된 우표경매잡지인 ‘하이코 폴크(Heiko Volk)’에 손 선생이 서명한 엽서가 나와 당시 30만원을 주고 샀다”고 말했다.

그는 뒤늦게 이를 공개한 이유에 대해 “손 선생은 조선 사람이라는 것을 외국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들었다. 이 엽서도 그런 노력 중 하나다. 하지만 지난해 손 선생이 타계한 뒤 그런 사실들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 섭섭했고 이번에 손 선생 타계 1주기를 맞아 공개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마라톤’과 ‘조국’밖에 몰랐던 손 선생은 1936년 8월 9일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해 시상식에 섰을 때 물끄러미 땅만 쳐다봤다. 그는 훗날 “올림픽에서 우승선수의 국기가 올라가고 국가가 연주되는 것을 알았다면 난 결코 베를린올림픽에 나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조선 사람’에 대한 자존심이 강했다.

그는 83년 펴낸 ‘나의 조국 나의 마라톤’에서 “하루 수십명씩 얼굴도 모르는 외국인들이 사인요청을 했을 때 어떻게 하면 내가 조선 사람이라는 것을 알릴 수 있느냐 하는 게 고민이었다”며 “난 한글 사인과 곁들여 조선반도를 그려주거나 ‘KOREA’라는 영문자로 국명을 표시해줬다”고 밝힌 바 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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