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美감정 위험…주한미군 유지해야”…폴란드 바웬사 방한

  • 입력 2003년 2월 5일 23시 27분


초등학교 학력의 전기공으로 공산 폴란드 최초의 자유연대노조를 이끌어 초대 폴란드 대통령이 됐던 8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레흐 바웬사(60·사진)가 4일 한국을 방문했다.

그를 만나기 위해 5일 서울 시내의 한 호텔로 찾아갔을 때 그는 가운을 입고 있었다.

그는 “이런 차림이어서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따뜻한 미소로 맞이했다. 그의 막내아들 야이크 바웬사는 아버지가 최근 당뇨와 고혈압이 악화돼 피로를 쉽게 느끼기 때문에 이날 오후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고 말해주었다.

바웬사 전 대통령은 세계평화초종교초국가연합이 주관한 ‘세계평화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머무르고 있다.

특유의 콧수염이 다시 자라 있었다. 그는 지난해 8월 콧수염을 깎아 화제가 됐었다. 이유가 걸작. ‘너무 더워서’라는 것. 깎은 뒤 바로 후회했다고 한다.

최근 근황을 묻자 그는 “폴란드 공중파 TV인 TVP3에서 ‘바웬사의 낚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토크쇼의 한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웬 낚시?

“낚시 이야기와 함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다. 낚시를 즐기며 평범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

얼마 전 2005년 대통령선거에 재출마할 것으로 보도됐지만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다시 정치계로 복귀할 생각은 지금으로서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들과 함께 미국의 이라크 군사공격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라크는 분명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국가이며 사담 후세인은 처벌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미국이 유엔의 허가 없이 독단적으로 선제 공격을 한다면 이 역시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이다. 나를 비롯한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은 이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끊임없이 개진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반미 감정이 확산되는 데는 우려를 표명했다.

“무조건적인 반미감정은 위험하다. 미국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 부분에 대해 인정해야 할 부분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주한미군은 한반도 안보를 위해 당분간 주둔해야 한다고 믿는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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