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 배우러 한국 온 몽골복서 김 바이라-조니 김

  • 입력 2003년 1월 19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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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권투계의 유망주로 떠오르며 '코리안 드림'을 키우고 있는 몽골 출신 권투선수 김 바이라(왼쪽)와 조니 김. -안철민기자
한국 권투계의 유망주로 떠오르며 '코리안 드림'을 키우고 있는 몽골 출신 권투선수 김 바이라(왼쪽)와 조니 김. -안철민기자
몽골에서 온 권투선수 김 바이라(23)와 조니 김(26)은 남산이 올려다보이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권투체육관 옥탑방에서 산다. 둘이 누우면 꽉 차는 작은 방이지만, 이들이 내뿜는 ‘코리안 드림’의 열기는 방안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뜨겁다.

“프로복싱에 진출하기 위해 유능한 지도자가 많은 한국행을 택했어요. 훈련이 힘들 때는 고국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잘 이겨내야죠.” (김 바이라)

“지난해 7월 시합 직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도 링에 올랐어요. 가슴속으로 눈물을 삼켰죠.” (조니 김)

몽골 아마추어 권투선수였던 이들이 한국에 온 것은 3년 전. 선수들을 지도하기 위해 몽골에 들렀던 한남체육관 김한상 관장(48) 등의 눈에 띈 것이 계기가 됐다. 조니 김은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왔고, 김 바이라는 인근 도르노드 출신이다. 이들은 김 관장의 성을 따 새 이름을 짓기도 했다.

두 선수는 현재 국내에서는 별다른 적수가 없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 세계챔피언이 없는 한국복싱계가 이들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김 바이라는 지난해 3월 한국 라이트급 챔피언을 땄으나 곧 반납하고 그해 12월 일종의 신인 등용문인 WBC 유스라이트급 챔피언이 됐다. 현재 14전13승(12KO) 1패. 3월에 1차 방어전을 치른 뒤 세계랭킹에 진입해 챔피언 도전의 기회를 엿볼 계획이다. 조니 김은 지난해 3월 한국 슈퍼페더급 챔피언이 되었으며, 2월8일 동양챔피언에 도전한다. 11전9승(8KO) 2무의 무패 전적을 자랑하는 저돌적인 인파이터형이다.

두 선수 모두 몽골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권투위원회는 2000년부터 외국국적의 선수도 국내에서 세 차례 이상 경기를 치러 랭킹 안에 들면 한국챔피언에 도전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기 때문에 이들의 ‘코리안 드림’이 가능해진 것. “한국인은 몽골인과 외모는 물론, 성격에서도 닮았으면서도 다르다”고 말하는 두 선수.

이들은 오전 6시에 일어나 남산을 뛰어오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 하루에 15km 이상 로드워크를 하는 등 맹훈련을 한다. 훈련이 끝난 뒤에는 PC방에 가서 뉴스를 읽거나 음악을 듣는 것이 유일한 취미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잘 웃지 않고 말도 없다. 하지만

‘세계를 제패하겠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는 이들의 눈에서 과거 세계를 호령하던 ‘칭기즈칸’의 야심이 빛나는 듯하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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