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경찰 ‘韓-日조폭실태’ 논문

  • 입력 2002년 8월 4일 18시 05분


“한국의 폭력조직도 이미 국제 마피아를 닮아가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 도쿄도립대학 법학부에 ‘한일 조직범죄의 실태와 법적 대응에 관한 비교’라는 석사학위 논문을 제출한 서울 서대문 경찰서 교통과장 박건찬 경정(35·사진). 그는 한국의 조직폭력배들이 일본 야쿠자를 모방해 점차 기업화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폭력조직들이 일본 야쿠자의 자금과 노하우를 전수받아 금융업은 물론 레저산업 연예산업 등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며 “한국의 폭력조직도 점차 합법을 가장한 기업형 폭력조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90년대 ‘범죄와의 전쟁’으로 국내 폭력조직의 간부들이 해외로 도피하면서 교민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폭력조직들이 결성되고 있다”며 “이미 미국은 물론 일본 호주 중국 등 14개국에서 한국의 폭력조직이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경정은 94년 지방에서 근무할 당시 조사했던 폭력조직 두목이 어느날 기업체 사장으로 취임하는 것을 보고 2년간의 일본 유학생활동안 한국과 일본의 조직폭력배를 연구했다.

그는 “일본의 야쿠자는 40대가 주류를 이루는 등 점차 고령화되고 있는 반면 한국의 조직폭력배들은 2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젊은이들의 폭력집단 유입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들의 자금줄을 끊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금융기관과의 협조를 통한 경제수사 강화, 국제 공조 수사 등 새로운 수사 기법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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