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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0월 28일 20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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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보건원(NIH) 알레르기및전염병연구소에근무하는 전태욱(全泰昱·31)박사는 영국의 권위있는 과학전문지 ‘네이처’ 28일자에 ‘인체 내에 에이즈 바이러스(HIV)의 은신처가 비활동성 T세포말고 또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전박사는 지난해 인체 면역세포의 활동을 조절하는 단백질인 ‘인터루킨2’와 항에이즈치료법(에이즈치료제 서너가지를 섞어 사용하는 ‘칵테일요법’)을 함께 사용하는 복합요법을 개발하고 이 치료법이 가장 뛰어난 효과를 나타낸다는 점을 입증해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았었다.
전박사는 기존 에이즈 치료제가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는 것은 HIV가 인체 내 면역세포인 T세포에 잠복해 약의 작용을 피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인터루킨2를 투여하면 HIV의 은신처인 비활동성 T세포를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전박사가 이번에 발표한 논문은 이 연구의 후속결과. 그는 항에이즈치료법과 인터루킨2 복합요법을 장기간 실시해 혈액 내 HIV 수가 검출해내기 어려운 수준으로 감소한 에이즈감염자들이 치료중단후 3주일 만에 혈액에 HIV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감염된 비활동성 T세포가 다시 등장하는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전박사는 “치료중단 후 HIV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T세포 외에 다른 HIV 은신처가 있음을 의미한다”며 “또다른 HIV의 은신처로는 림프절이나 뇌세포 생식계통 등 인체 내 거의 모든 면역계 세포가 후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박사는 서울대에 두번이나 도전했다가 낙방한 후 미국으로 유학, 캘리포니아주립대(샌 버나디노)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존스홉킨스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지난해 30세의 나이에 세계가 주목하는 에이즈 치료법을 발표한 촉망받는 과학자.
〈김학진기자〉jean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