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韓감사원장 회견]"더 이상 공직 안맡을것"

  • 입력 1999년 9월 27일 18시 44분


“최근 한 원로께서 ‘대과(大過)가 없었다는 것은 대공(大功)을 세운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고 하십디다. 그저 상투적인 말로 생각했는데 ‘대과없이’라는 말이 지금 그렇게 절실할 수 없습니다.”

27일 오전 퇴임을 하루 앞두고 기자실을 찾은 한승헌(韓勝憲)감사원장은 소회의 일단을 이렇게 밝혔다.

한원장은 28일 오후 이임식을 마친 뒤 1년반 동안의 공직생활을 마감한다.

한원장은 며칠전 이종남(李種南)감사원장지명자를 만나 업무 인수인계를 했고 27일에는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에게 ‘퇴임신고’를 했다. 이날 서울 구기동 공관에서 역촌동 옛집으로 이사도 마쳤다.

한원장은 국회 국정감사를 2주 앞두고 퇴임하는 데 대해 “얼마전 국회 법사위원들을 만나 ‘신임 원장이 업무를 파악할 시간이 적을 테니 책임있는 답변을 위해서는 나를 참고인으로 불러달라’고 제안한 적이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또 자신의 향후 거취에 대해 “조금 쉰 뒤 서울 강남에 새 둥지를 틀 테니 여러분도 제비가 돼서 강남으로 날아오면 반갑게 맞겠다”고 특유의 유머로 답했다.

한원장은 퇴임 후 본업인 변호사로 돌아간다. 더이상 공직은 맡지 않겠다는 게 한원장의 다짐. 그는 새로 변호사사무소를 개업하는 게 아니라 모 법무법인의 고문으로 합류할 예정이다. 오래전부터 맡아왔지만 공직 때문에 중단했던 관훈클럽 기자협회 등 여러 단체의 고문변호사직에도 복귀할 계획이다.

또 저작권법에 관한 한 국내에서 권위있는 전문가로서 인정받고 있는 한원장은 최근 모 대학 대학원으로부터 석좌교수로 일해달라는 요청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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