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 20년」최양열씨, 거리서 삶 마감

  • 입력 1999년 2월 23일 19시 21분


서울 종로구청 환경미화원 최양열(崔洋烈·57)씨는 20년 동안 종로거리를 자신의 몸처럼 아끼며 살았다.

그런 최씨가 22일 오전 11시40분경 자신이 맡은 구역에서 근무하던 도중 광장시장 옆 골목길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생을 마감했다.

점심을 같이 먹기 위해 최씨를 기다리던 동료들은 비보에 놀라 숫가락을 떨어뜨렸다. 요구르트를 배달하러 나갔던 부인 전수송(全守松·49)씨는 정신을 잃었다.

20년을 하루같이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집을 나서 종로거리를 청소해왔다.

힘들다는 내색 한번 하지 않은 그였기에 동료들의 놀라움은 더욱 컸다.

세란병원 영안실에서 만난 최씨의 동료는 안타까움에 소주잔을 들이켰다.

79년 전북 남원에서 농사를 짓다가 상경한 최씨는 첫직장으로 종로구청 환경미화원이 됐고 그 일 하나를 천직으로 알고 평생을 성실히 살아왔다.

쓰레기를 치우면서도 틈틈이 폐지를 모아 생활비에 보태가며 3남1녀의 자식중 큰아들과 딸을 대학에 보냈고 어렵사리 집 한 채도 마련했다.

영안실의 영정 속에서 자식들을 바라보는 그는 내년에 대학을 졸업하는 큰 아들과 전문대를 졸업한 셋째딸, 올해 고교 3년생이 되는 막내아들이 모두 눈에 밟히는 듯했다.

하지만 정신지체 장애인인 둘째 아들(25)만큼 그를 아프게 할까. 그래서인지 최씨의 부인은 연신 훌쩍이는 둘째를 꼭 끌어안았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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