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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2월 20일 1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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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년 ‘한국구라(救癩)봉사회’를 만들어 나환자를 보살펴 온 유교수. 20일로 그의 ‘사랑의 손길’이 만 30년을 맞았다. 그는 이달말 서울대 교수직을 떠난다.
나병은 적절히 치료받고 영양섭취를 잘 하면 나을 수 있지만 치아가 나빠져 잘 먹지 못하기 때문에 병세가 악화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병환자들에게 구강건강은 중요하다.
유교수는 68년 일본 오사카(大阪)치대에 교환교수로 가 있을 때 봉사회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동료였던 우메모토 요시오(梅本芳夫)교수로부터 일본인 의사들이 소록도(小鹿島)에서 나환자를 진료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나서였다. 한국인 나환자를 일본인 손에 맡길 수 없다는 자존심이 치솟았다. 유교수는 다음해 7월 처음으로 제자 6명과 함께 소록도를 찾았다. 74년까지 5년간 여름방학이면 2주 동안 소록도의 나환자를 돌봤다.
봉사회는 75년부터 경기 성남시 헌인농장과 경북 칠곡군 칠곡농장 등 전국의 나환자정착촌을 돌며 인술을 베풀었다. 유교수는 “93년 전북 익산시 금오농장에 갔을 때 70대 할머니가 틀니를 고쳐달라고 가져온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 틀니는 20여년 전 소록도에서 봉사회가 만들어 준 것.
주말에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
유교수는 “뒤에서 따뜻한 손길을 전해준 사람이 있었기에 30년 봉사활동이 가능했다”면서 “술 한잔 사는 셈 친다며 후원금을 내놓은 친구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유교수의 가족은 처음에는 못마땅해 했다. 그러나 73년 소록도에 함께 다녀온 뒤 분위기는 바뀌었다. 그뒤 80년대 후반까지 부인 김씨는 거의 매주말 오전2시에 일어나 봉사활동을 나가는 사람들을 위해 20여명 분의 김밥을 말았다. 유교수의 2남2녀 중 장남인 임학(林鶴·37·서울보라매병원 치과의사)씨는 요즘 친구들과 고아원을 돌며 봉사활동을 한다.
유교수는 20일 오후6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제자와 후배들의 주선으로 ‘구라봉사회 30회 모임’을 가졌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은 하늘이 준 행운입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