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서울치대 유동수교수, 나환자에 30년仁術

  • 입력 1999년 2월 20일 19시 49분


서울대치대 방사선과 유동수(劉東洙·66)교수. 지난 30년 동안 나병환자에게 3천4백32개의 틀니를 무료로 맞춰줬다. 부인 김성희(金成姬·61)씨는 나환자를 위해 봉사하는 유교수 일행을 위해 1만여명 분의 김밥을 만들었다.

69년 ‘한국구라(救癩)봉사회’를 만들어 나환자를 보살펴 온 유교수. 20일로 그의 ‘사랑의 손길’이 만 30년을 맞았다. 그는 이달말 서울대 교수직을 떠난다.

나병은 적절히 치료받고 영양섭취를 잘 하면 나을 수 있지만 치아가 나빠져 잘 먹지 못하기 때문에 병세가 악화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병환자들에게 구강건강은 중요하다.

유교수는 68년 일본 오사카(大阪)치대에 교환교수로 가 있을 때 봉사회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동료였던 우메모토 요시오(梅本芳夫)교수로부터 일본인 의사들이 소록도(小鹿島)에서 나환자를 진료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나서였다. 한국인 나환자를 일본인 손에 맡길 수 없다는 자존심이 치솟았다. 유교수는 다음해 7월 처음으로 제자 6명과 함께 소록도를 찾았다. 74년까지 5년간 여름방학이면 2주 동안 소록도의 나환자를 돌봤다.

봉사회는 75년부터 경기 성남시 헌인농장과 경북 칠곡군 칠곡농장 등 전국의 나환자정착촌을 돌며 인술을 베풀었다. 유교수는 “93년 전북 익산시 금오농장에 갔을 때 70대 할머니가 틀니를 고쳐달라고 가져온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 틀니는 20여년 전 소록도에서 봉사회가 만들어 준 것.

주말에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

유교수는 “뒤에서 따뜻한 손길을 전해준 사람이 있었기에 30년 봉사활동이 가능했다”면서 “술 한잔 사는 셈 친다며 후원금을 내놓은 친구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유교수의 가족은 처음에는 못마땅해 했다. 그러나 73년 소록도에 함께 다녀온 뒤 분위기는 바뀌었다. 그뒤 80년대 후반까지 부인 김씨는 거의 매주말 오전2시에 일어나 봉사활동을 나가는 사람들을 위해 20여명 분의 김밥을 말았다. 유교수의 2남2녀 중 장남인 임학(林鶴·37·서울보라매병원 치과의사)씨는 요즘 친구들과 고아원을 돌며 봉사활동을 한다.

유교수는 20일 오후6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제자와 후배들의 주선으로 ‘구라봉사회 30회 모임’을 가졌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은 하늘이 준 행운입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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