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발렌타인」박신양『슬픈감동 전하고파』

  • 입력 1999년 2월 12일 20시 16분


‘편지’와 ‘약속’ 두 편의 영화에서 기막힌 눈물 연기로 한국 멜로영화의 기대주로 떠오른 박신양(31). 설날연휴에 맞춰 개봉하는 ‘화이트 발렌타인’ 역시 ‘착하고 맑은 남자’로 굳어지다시피 한 그의 이미지에 기댄 영화다.

“왜 또 멜로냐”는 물음에 똑똑 부러지는 듯한 말투로 즉각 되돌아온 박신양의 대답.

“내가 멜로가 좋아서 고르는 게 아닙니다. 나한테 ‘쉬리’를 하자는 얘기도 없었고, 나도 한국 영화의 피해자예요. 장르가 다르거나 뭔가 색다른 캐릭터를 원한다면 모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여기까지 이야기하던 그는 “어, 내가 너무 막나가나”하더니 말을 끊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세 편 연달아 멜로를 하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이번에는 뭔가 다른 멜로를 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나는 멜로에 출연하는게 아니라 감동스러운 영화에 출연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영화는 아주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여야 하는 거 아닌가요?”

‘화이트 발렌타인’은 그의 말처럼 뭔가 달라지기 위해 노력한 멜로영화다. ‘이래도 안울래?’식의 신파적인 요소도 없고 덤덤한 그리움의 정서가 주조를 이룬다.

주제곡으로 쓰인 ‘Once Upon A Dream’은 박신양이 혼자 가만히 앉아있는 장면을 연기하면서 무심코 흥얼거리다가 감독(양윤호)에게 추천한 곡.

날카로운 눈매, 다부진 체격에 ‘진지 맨’이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심각한 그. “우는 연기든 뭐든 단 한 순간도 가짜로는 안한다. 진짜로만 연기하고 싶다”며 “아직 결정하진 않았지만 다음 작품은 지금까지의 멜로와는 다른 영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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