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익명의 40대 주부 매년 1천만원씩 장학금

  • 입력 1999년 2월 9일 19시 22분


“가난한 학생들을 돕고 싶습니다.”

지난달 말 서울 강서구 경서중학교(교장 현해룡·玄海龍·60)교장실에 한 40대 주부가 찾아왔다. 임대아파트촌 한복판에 자리잡은 이 학교에 가난한 학생이 많을 것으로 생각해 무언가 도울 일을 찾아 나선 길이었다.

현교장으로부터 “등록금을 못낸 27명의 학생이 졸업을 못한다”는 소리에 그는 “나 자신도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공부를 제대로 못한 게 한이 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매년 1천만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하겠다”고 약속했다. 큰 선행이 아니니 익명으로 하고 싶다는 그로부터 이름과 연락처를 알아내느라 현교장은 진땀을 흘려야 했다.

현교장은 “실명으로 들어온 장학금만 사용가능하다고 설득해서야 이름을 알 수 있었다”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소박한 태도에 어려운 학생들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학교측도 그의 뜻에 따라 이름을 밝히지 않기로 약속했다.

2월초 졸업식을 며칠 앞두고 그는 1차분 3백90여만원을 이 학교 통장으로 입금했다. 졸업생 27명이 못낸 등록금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그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작은 건설업을 하는 남편이 ‘힘들게 번 돈일수록 좋은 일에 써야 한다’며 장학금 기탁에 동의했다”며 “그리 자랑할 만한 일이 못된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신상에 대해 강서구 화곡동에 살며 대학생 1명을 자녀로 두고 있다고만 말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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