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제당 김영나씨, 한해 매출 8억 ‘움직이는 대리점’

  • 입력 1999년 1월 12일 19시 39분


충북 충주시 충인동 모아공판장에서 일하는 제일제당 판매여사원 김영나(金英拏·23)씨.

충주농고를 졸업하고 약간의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다 97년 제일제당에 입사한 이력서만 보면 여느 평범한 판매사원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그를 만나면 세번 놀란다. 첫번째는 판매솜씨에 놀라고 그다음은 그의 아이디어 창출력, 세번째는 무엇에나 겸손하고 열심인 김씨의 태도에 놀란다.

김씨는 40여명의 경쟁사 판매사원이 함께 일하는 지방도시의 한 공판장에서 2억원대의 한 해 매출을 지난해 8억여원으로 끌어올린 당찬 젊은이다. 청주와 충주지역을 담당하는 제일제당 청주대리점의 지난해 매출 중 절반을 김씨 혼자서 올렸다.

김씨의 성과는 머리를 쓰면서 열심히 일한 노력이 결실을 거둔 것. 본사 마케팅팀의 ‘고수’들이 한 수 배운 사례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김씨는 즉석밥제품인 ‘햇반’을 라면의 베스트셀러 농심 신라면 옆에 진열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밥을 라면에 말아먹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에 착안한 것. 그 결과 빨간 포장의 신라면과 하얀 포장의 햇반이 시각적인 시너지효과를 내면서 대히트를 쳤다.

매주 금요일마다 찾아오는 인근 농촌의 나이든 손님들은 거의 다 김씨의 단골이 됐다. 농촌고객은 1주일치 장을 한꺼번에 보는데다 집안 잔치 등이 있으면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게 보통. 김씨는 직접 장바구니를 들고 물품 구입하는 일을 일일이 대신해주는 정성을 기울였다. 친절한 아가씨란 소문이 나며 고정고객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아무도 하기 싫어하는 공판장 창고청소를 스스로 자원해 퇴근후에 남보다 한시간씩 더 일한 것도 김씨의 성공비결. 청소를 하며 자사와 타사제품의 재고현황을 비교해보고 나름대로 새로운 판매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다.

주변식당을 돌며 식당주인이 어떤 조미료와 세제를 쓰는지 면밀히 조사해 신규고객을 확보하는 노력도 기울였다. 안면을 익혀둔 식당주인이 매장에 오면 바로 단골로 만들었다.

요즘에는 경쟁사들이 자사 판매사원들에게 “영나 하는대로만 따라서 하라”고 할 정도.

제일제당은 12일 김씨가 평사원이지만 현장에서 지식경영을 실천해 모든 임직원의 귀감이 된 점을 높이 평가, ‘올해의 제당인’으로 선정했다. 김씨는 22일 서울 본사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해 호봉승급과 함께 상금 1천만원을 받는다.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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