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具회장 왜 수용했을까]빅딜보상안 해석 분분

  • 입력 1999년 1월 8일 08시 52분


구본무(具本茂)LG회장의 ‘결단’으로 LG반도체는 출범 10년만에 간판을 내리게 됐다. LG의 반도체사업 포기는 ‘전격적’이라는 말이 딱맞을 정도로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LG 관계자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반도체 사업포기는 외견상 ‘자의반 타의반’의 결과로 보이지만 의외로 LG의 고도로 계산된 의도가 깔려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긴박했던 6일 저녁〓구본무회장이 청와대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만난 시간은 6일 오후 4시반. 청와대 ‘독대’는 불과 30분 남짓 이뤄졌다. 그로부터 두시간후인 오후 7시경 현대측에 지분을 100% 매각하겠다는 공식 방침이 발표됐다.

구회장의 이날 청와대 방문에 대해 LG그룹측은 “며칠전 청와대에 면담 신청을 해놓았던 것으로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와 이루어지게 됐던 것”이라고 설명.

그러나 구회장이 이날 백기를 들 것으로 예상했던 임원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동생인 구본준(具本俊)LG반도체 사장도 몰랐다. 청와대 방문 자체도 구조조정본부내 몇몇 임원만 알고 있었다. 독대에 앞서 구회장은 여러가지 카드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기안은 그중의 하나였을 뿐이었다. 대통령과 마주한 30여분. 구회장의 머릿속엔 많은 생각이 오갔다. 대통령의 심중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가장 안쪽에 품었던 카드를 꺼낼수 밖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한다.

구회장은 면담 직후 곧바로 여의도 그룹본사로 돌아왔다. 일부 사장단과 구조조정본부 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구회장은 “반도체 사업 포기는 타율적인 것이었지만 최종 결단은 자율적으로 내렸다. 여러가지 정황을 고려할 때 그룹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해외에 사업을 매각하거나 외자유치를 했다고 생각하자”고 설득했다.

회의를 마친 후 구회장은 몇몇 계열사 사장단과 술자리를 가졌다. 반도체 포기에 따른 허탈감 때문이었을까. 밤12시 무렵까지 계속된 술자리에서 구회장은 별말없이 술만 마셨다고 한다.

▽구회장의 노림수는〓전격적으로 반도체 사업을 포기한 구회장의 노림수가 뭔가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과연 LG반도체를 넘기는 대가로 주식시가 1조5천억원에 프리미엄 등 5조원 이상의 ‘현금’을 노린 것일까.

재계에선 대체로 고개를 젓는 분위기. 현대측의 자금 사정을 뻔히 아는 구회장이 다른 카드를 들고 있다는 해석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공기업에 대한 우선인수권을 확보했다거나 데이콤 지분제한 철폐로 경영권을 보장받았다는 등의 보상 빅딜안 등이 바로 그것이다.

7대3의 지분조정이 아닌 100

% 매각쪽으로 방향이 잡힌 점도 의미심장하다. 청와대에선 통합에 동의하겠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지분 얘기는 전혀 없었다. 100% 매각안이 나온 것은 그 이후였다.

LG전자나 LG정보통신 등 그동안 반도체와 공동 개발 생산을 하며 밀접한 사업 관계를 유지해왔던 그룹내 다른 사업 부문에서는 반도체를 아웃소싱했을 경우의 장단점을 이미 오래전부터 면밀히 따져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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