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이긴 수험생들]소녀가장 김경진양 321점

  • 입력 1998년 12월 18일 18시 49분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역경에도 불구하고 학업에 정진해 좋은 결실을 거둔 장한 수험생이 많다.

수능시험 성적 3백21.9점인 한양대 부속여고 3학년 김경진(金庚辰·18·사진)양은 학교에서 ‘효녀 심청’으로 통한다.

김양은 중3 때 교통사고를 당한 아버지가 지금도 중환자실에 입원중이고 어머니마저 몸이 불편한 사실상의 소녀 가장.

김양은 평소 아버지를 정성껏 간호하고 초등학교 5학년 남동생까지 돌보는 성실한 생활로 각종 모범상과 효행상을 받아왔다.

김양은 동사무소에서 매달 나오는 28만∼30만원의 생활보조비로 생계를 꾸려가면서도 밝은 심성 때문에 급우들에게 인기가 좋다.

김양의 담임인 왕효숙(王孝淑·35)교사는 “새벽에 직접 밥을 지어먹고 학교에 오면서도 한번도 지각을 하지 않을 정도로 성실한 학생”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양은 사범대에 진학해 훌륭한 교사가 되고 싶다고.

초등학교 1학년 때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여읜 경북 대영고 3학년 정승환(鄭承桓·18)군은 어머니 혼자 구멍가게를 운영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3백94점을 받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정군은 평소 높은 학구열과 명랑한 성격으로 올해 장한 청소년으로 선정돼 문화관광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전남 순천여고 3학년 이진영(李珍英·18)양은 운수업을 하던 아버지가 93년 교통사고를 당해 우유배달로 어렵게 살림을 꾸려오던 어머니마저 2월 낙상해 기동을 못하는 형편에서도 3백86.7점을 받은 모범생.이양은 과외나 학원은 엄두도 못냈지만 고교 3년 내내 전체 1등을 놓치지 않았는데 “의대에 진학해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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