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손이라도…』日최장기 무기수 김희로씨 어머니 별세

  • 입력 1998년 11월 4일 0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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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이라도 아들을 얼싸안고 싶다. 아들의 손을 잡고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가 사는 게 마지막 소원이다.”

재일한국인에 대한 차별대우에 항의해 야쿠자를 살인, 30년째 복역중인 재일교포 2세 김희로(金嬉老·70)씨의 어머니 박득숙(朴得淑)씨. 3일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가케가와(掛川)시 시립양로원에서 아들의 석방을 보지 못하고 끝내 눈을 감았다. 향년 92세.

김씨 석방운동을 펴온 부산 자비사 주지 박삼중(朴三中)스님은 “박할머니가 이날 오전 ‘희로야, 희로야’를 외치며 나와 양로원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했다”고 말했다.

‘일본 최장기 무기수’인 김씨는 68년 2월 ‘더러운 돼지같은 조센징’이라고 멸시하는 일본 야쿠자 두명을 살해하고 일본 TV가 지켜보는 가운데 ‘재일한국인 차별시정’을 요구하며 장장 88시간에 걸쳐 인질극을 벌이다 체포됐다.

당시 박씨는 아들에게 흰색 한복을 주며 “일본인에게 붙잡혀 더럽게 죽지 말고 깨끗이 자결하라”고 했던 강골의 여인. 그러나 김씨의 무기징역 확정 판결 이후 “아들의 벌을 내가 받게 해달라”며 눈물로 석방을 호소해오다 4년전 반신불수의 몸이 되어 병석에 누워 지냈다.

김씨는 사건 당시 40세의 장년이었던 모습이 70세 노인이 되도록 차디찬 감방을 지키고 있다.

‘사형수의 아버지’ 삼중스님도 90년 (당시)김대중(金大中)평민당총재와 김영삼(金泳三)민자당대표 등이 서명한 10만명 석방보증서를 일본 정부에 제출하는 등 다각적인 운동을 펼쳐왔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장례식은 5일 오전 가케가와시 시립양로원. 부산 자비사 051―505―0301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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