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건씨, 고물자전거 28년 출퇴근길 동반

  • 입력 1998년 3월 30일 19시 58분


자전거와 함께 마감하는 28년의 군생활.

해군 군수사령부 소속 군무원 조정건(趙貞建·57)씨는 31일 공직생활을 마감한다. 조씨가 가장 아끼는 보물은 고물 자전거.

낡아빠진 자전거이지만 조씨가 70년 해군 군무원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구입해 28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함께 해와 조씨에게는 무엇보다 애착이 가는 ‘귀중품’.

집에서 부대까지 왕복 14㎞를 28년 동안 자전거로 달린 거리는 무려 12만2천7백여㎞. 서울과 부산을 1백40번이나 오간 거리와 맞먹는다.

70년 해군 군무원으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조씨가 당시로서는 거금인 1만2천원을 들여 자전거를 구입한 것은 자신의 업무 때문이었다.

조씨는 함정수리를 위해 부두 이곳저곳에 정박중인 함정과 사무실을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했던 것.

“그때만 해도 진해 시가지에는 아침 저녁이면 출퇴근하는 해군장병들의 자전거 물결이 넘쳤습니다.”

경기가 제법 괜찮았던 80년대 후반부터 자가용붐이 일면서 ‘자전거 출퇴근족’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조씨는 ‘무공해 교통수단이라 환경에도 좋고 건강에도 이로운 자전거가 최고’라는 소신을 버리지 않았다. 가족의 자가용 구입 성화도 견뎌냈다. 그런 조씨를 최근 ‘자전거 도시’로다시태어나려는진해시는‘자전거 지킴이’로 지정했다. 조씨는 퇴직후에는 지난해 합격한 창원기능대전자학과에서 만학의 꿈을 이룰 계획이다.

〈성동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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