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D는 효과 검증할 수 있는 사례… 총 고용률 유지, 시간제 근로 늘어
내수진작-근로시간 조절 복합효과… 단기 출산율↑, 취약계층서 뚜렷
기본소득, 고용-출산에 긍정 영향… 막대한 재원 들어 도입엔 신중해야
《美 알래스카 기본소득 효과 보니
6월 3일 치러지는 21대 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의제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그중 하나가 재산, 소득, 노동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제도이다. 기본소득은 빈곤 완화, 소득 불평등 해소, 내수 진작 등에 대한 기대와 함께 재원 마련, 노동 의욕 저하, 인플레이션 유발 등의 우려가 공존한다.》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기본소득의 실제 효과를 검증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이상적인 실험을 위해서는 많은 인구를 대상으로 장기간 현금을 지급하며 그 변화를 추적해야 하지만, 이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 따라서 대부분의 연구는 소규모를 대상으로 단기간 진행된다. 이에 사회 전체에 미치는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효과를 파악하는 데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이를 감안할 때 미국 알래스카주의 ‘영구 기금 배당(PFD·Permanent Fund Dividend)’은 기본소득의 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독보적인 자연실험 환경이다. 알래스카주는 1976년 석유 수입을 기반으로 기금을 설립하고, 1982년부터 그 투자 수익의 일부를 매년 주민들에게 배당금 형태로 지급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두 연구는 알래스카 PFD 사례를 통해 기본소득이 노동시장과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증적 증거를 제시한다.
첫 번째 연구(연구①)는 기본소득이 노동 의욕 저하를 유발해 고용률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일반적 우려를 검증했다. 연구진은 PFD가 없을 경우의 가상 알래스카를 구축하고, 이를 실제 알래스카의 노동시장 지표와 비교했다.
분석 결과, 1982∼2014년 PFD 지급은 알래스카의 전체 고용률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실제 알래스카와 가상 알래스카 간의 평균 고용률 차이는 0.001%포인트(p=0.942)에 불과했다. 즉, 기본소득 지급으로 인한 고용 감소가 관찰되지 않은 것이다. 흥미롭게도 파트타임 노동자의 비율은 PFD 지급 이후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가상 알래스카 대비 평균 1.8%포인트 높았으며(p=0.020), 이는 PFD 도입 전 평균 파트타임 비율과 비교하면 약 17% 증가한 수치이다.
연구진은 이를 주민들의 소비 증가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로 인한 일자리 창출과 같은 거시경제적 효과(일반균형 효과)와 기본소득으로 인한 추가 소득 발생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려는 개인적 선택(소득 효과)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했다. 즉, 거시적인 소비 진작 효과가 노동 공급 감소 효과를 상쇄하면서 전체 고용률은 유지됐으나, 일부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노동시간을 조절하면서 파트타임 노동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연구(연구②)는 PFD 지급액 변동이 출산율 변화에 미치는 인과적 효과를 추정했다. 분석 결과, PFD 지급은 지급 후 1년 및 2년 시점의 단기 출산율을 유의미하게 증가시켰다. 자세하게는 2년간 최소 수준의 배당금을 받았을 때와 평균 수준의 배당금을 받았을 때를 비교했을 때, 평균적인 배당금 지급은 예측 출산율을 약 8.1%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효과는 미혼, 원주민, 고졸 미만 여성 등 사회경제적 취약 집단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또한 가구 규모에 따라 출산율 증가를 유발하는 PFD 지급액의 ‘문턱값(threshold)’이 존재함을 확인했다. 1인, 2인 가구에선 연간 총 배당금이 약 3000달러(2010년 가치 기준)를 넘어서면서 출산율이 유의미하게 오르기 시작했고, 3인 가구에선 4000달러 이상이 필요했다. 이는 가구 규모가 클수록 출산과 양육에 더 큰 경제적 부담을 느끼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 연구는 기본소득과 같은 현금성 지원이 경제적 이유로 출산을 망설이거나 미루었던 집단의 출산을 촉진할 수 있다는 실증적 근거를 보여준다.
알래스카 PFD 사례는 기본소득 논의에 중요한 시사점을 주지만, 이를 도입 근거로 바로 활용하기에는 신중함도 요구된다. 예컨대, PFD의 재원은 석유 수입 기금에서 충당된다. 이는 일반적인 기본소득 재원 마련 방식과는 차이가 있으며, 만약 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할 경우 조세 부담 증가로 인한 또 다른 경제적 파급 효과까지 고려해야 한다.
만약 재원 마련 과정에서의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기본소득은 전체 고용 수준에 큰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나아가 저출산 완화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① Jones, Damon, and Ioana Marinescu. “The labor market impacts of universal and permanent cash transfers: Evidence from the Alaska Permanent Fund.” American Economic Journal: Economic Policy 14.2 (2022): 315-340.
연구② Cowan, Sarah K., and Kiara Wyndham Douds. “Examining the effects of a universal cash transfer on fertility.” Social Forces 101.2 (2022): 100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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