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 전북도지사(왼쪽에서 세 번째)와 전북도 관계자들이 2월 28일 2036년 여름올림픽 유치에 도전할 한국 후보로 선정된 뒤 기뻐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제주도의 ‘무쇠’ 관식은 ‘요망진’ 애순을 위해 필사적으로 시를 외운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중략)/아아 누구던가/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유치환 ‘깃발’). 오랜만에 이 시를 다시 접하고 든 생각이 마지막 구절에 나오는 깃발의 효용성이다.
깃발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태극기는 대자연의 조화(태극 문양)와 하늘-땅-물-불(4괘), 그리고 밝음과 순수,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성(흰색 바탕)을 담았다. 이처럼 각 나라 국기는 저마다의 정체성을 형상화하고 있는데, 깃발이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되는 곳은 올림픽이다. 개최지 깃발에는 그곳이 표방하는 의의가 확연히 드러나게 마련이다.
전북이 2036년 여름올림픽 유치에 도전할 한국 후보로 선정됐다. 서울을 제치고 작은 기적을 일궜다. ‘지방 도시 연대’ 카드가 주효했고, 김관영 전북도지사 말처럼 “진정성과 절박함을 갖고 설득한 결과”다. 여야 지자체장이 함께 힘을 실어준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결정될 본선에서도 힘을 발휘하려면 전북의 깃발에 무엇을 담아야 할까?
전북은 2023년 새만금에서 열린 잼버리 당시 파행 운영으로 큰 비난을 받은 데다, 스포츠 관련 논란도 많았다. 프로농구 KCC 이지스는 전주시가 약속한 경기장을 짓지 않아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겼다. 쌍방울 레이더스 야구단 해체에 이미 가슴 아파했던 지역 스포츠팬들은 또다시 좌절했다. 한편에선 인구 감소 지역에서 건설에 1조 원 넘게 드는 전주복합스포츠타운 건설이 과연 타당한지 의심한다. 올림픽 유치로 40조 원의 효과를 볼 것이라는 전북연구원의 전망이 주문생산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올림픽을 개최하려는 전북의 꿈은 소중하다. 본선을 위한 돌파구는 서울과의 공동 개최가 될 수 있다. 서울시가 일단 거절했지만 성사시켜야 한다. 인도네시아, 칠레, 튀르키예 등과 경합하는 만큼 그들의 약점인 인프라, 치안 등에서 안정되고 안전한 올림픽을 내세우고, 국가 내 안배라는 측면에서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재연이 아닌 ‘대한민국 올림픽’이 될 수 있음을 내세워야 한다.
사상 첫 여성 IOC 위원장이 선출된 점도 신경 써야 한다. 커스티 코번트리는 ‘신기원은 이뤘지만 논쟁적인’(BBC) 인물이다. ‘토마스 바흐의 후계자’, 독재자 무가베 후임자의 내각 일원이라는 점 등 논란이 많다. 그러나 유치 전략을 짤 때는 그가 역대 두 번째 최연소 위원장이자 첫 여성 대표이고, 아프리카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전북 올림픽의 친(親)여성성과 소수 그룹에 대한 배려 있는 접근 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드라마에서 ‘운동부’ 출신 관식이는 목표를 이뤘다. 전북도 기적의 ‘큰 깃발’을 휘날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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