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론/신현한]단기수익 빼먹기 급급한 사모펀드, 이대론 한국 경제 毒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21일 23시 15분


PEF, 기업 인수 뒤 단기수익 극대화해 매각
‘홈플 사태’ MBK도 점포매각, 배당확대 우선
경쟁력 저해 경영, 기업-기관 역차별 개선해야

최근 홈플러스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2015년 MBK파트너스가 약 7조2000억 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한 지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기업은 재무적 어려움에 직면했다. 일부 점포를 매각하며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부채를 줄였지만, 결국 경쟁력 저하와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었다. 현재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까지 신청한 상태이며, 이는 사모펀드(PEF)의 단기 실적 중심 경영 방식이 불러온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지적된다.

사모펀드는 본질적으로 투자자의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따라서 기업을 인수한 후 빠른 시일 내에 기업 가치를 높여 매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전략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업의 장기적 발전보다는 단기적인 자금 회수가 우선시된다는 점이다. 홈플러스 사례에서 보듯이,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의 인수 이후 부동산 자산 매각, 비용 절감, 배당 확대 등의 단기적 재무 전략이 우선 적용됐다. 이는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축소, 조직 구조조정, 점포 매각 등으로 이어졌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홈플러스가 사모펀드가 아닌 국내 유통 대기업인 이마트나 롯데마트에 인수됐더라면 어땠을까?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는 주요한 걸림돌이었다. 동종 업계 대기업이 홈플러스를 인수할 경우 시장 점유율이 높아져 독과점 문제가 제기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국 유통업계가 온라인 시장의 성장으로 인해 기존 대형마트 간 경쟁만으로 독과점이 형성되기는 어려운 구조였다. 만약 동종 업계 기업이 홈플러스를 인수했더라면, 점포망을 활용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장기적인 유통 전략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을 가능성이 높다.

사모펀드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단순히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사모펀드는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을 인수해 경영을 효율화하고, 필요할 경우 신사업 투자를 유도하는 긍정적인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국내 사모펀드가 기업을 장기적으로 성장시키기보다는, 단기간 내 수익을 극대화한 후 매각하는 전략을 주로 취한다는 점이다.

사모펀드의 단기적 경영 방식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 홈플러스뿐만 아니라 다른 사례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대규모 자산 매각과 배당 확대가 이뤄진 후 기업이 오히려 경쟁력을 잃고 어려움을 겪는 사례는 많다. 기업이 단기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경우, R&D 투자나 장기적인 경영 전략 수립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된다. 이는 산업 경쟁력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고용 안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할 경우 일정 기간 동안 핵심 자산 매각을 제한하는 규제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기업의 장기적 발전을 고려한 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둘째, 동종 업계 간 인수합병(M&A)에 대한 규제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 한국 유통산업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단순히 점포 수 기준으로 독과점을 판단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대형마트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금융기관의 산업체 인수 규제를 완화해 사모펀드 외에도 보험사나 기타 금융기관이 기업을 인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는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사모펀드는 예외적으로 산업기업을 인수할 수 있다. 만약 보험사 등 다른 금융기관에도 동일한 기회를 제공한다면, 장기적 시각을 가진 투자자들이 기업을 운영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모펀드가 기업을 단기적인 수익 창출 수단으로만 활용한다면, 한국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사모펀드의 역할을 전면적으로 부정할 필요는 없지만, 장기적인 산업 발전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경영 방식은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구조가 지속된다면, 홈플러스 사례는 단순한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제는 사모펀드의 단기 실적 위주 경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결국 사모펀드의 단기 수익 실현 전략에 의해 장기적인 경쟁력을 잃게 되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게 될 것이다.

#홈플러스#사모펀드#MBK파트너스#기업회생절차#단기 실적#장기 발전#유통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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