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 출신 방송인·사업가얼마 전 해외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는 행사를 열었다. 참석자들과 친밀하게 소통하기 위해 나는 참가자들에게 “한국어 중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한 젊은 여성이 망설임 없이 “오빠!”라고 밝게 대답했다. 이유를 묻자 그녀는 웃으며 “오빠라는 말을 들으면 멋진 한국 배우가 떠올라요. 그래서 제 생각에 ‘오빠’가 가장 아름다운 단어예요”라고 말했다.
이 순간을 계기로 기대와 현실 사이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한국에서는 ‘세계 최고’ ‘넘버 원’ ‘글로벌 리딩 브랜드’ 등의 표현이 광고에서 자주 쓰인다. 한국 드라마나 K팝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완벽한 외모의 연예인을 캐스팅한다. 오랫동안 이렇게 정교하게 만들어진 이미지가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을 바라보는 거의 유일한 기준이 됐다. 국제사회는 화려함과 완벽함의 시선으로 한국을 바라본다. 직접 경험할 수 없다면 이런 과장된 이미지가 곧 환상으로 자리 잡기 쉽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올해 2000만 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직접 방문하면서 기대와는 다른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화려한 서울의 거리를 보며 감탄하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을 지나갈 때는 ‘여기가 정말 서울인가?’라는 질문이 나오기도 한다. 길거리에서 K팝 스타를 찾으려 애쓰거나, 왜 모든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보이지 않는지 의아해하는 재미있는 여행담도 생겨났다. 이러한 영상들은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솔직한 반응과 댓글이 수백만 명의 공감을 얻었다.
17년 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나는 아무런 기대도 없었다. 당시 한국은 지금만큼 해외에서 유명한 나라가 아니었다. 심지어 한국을 북한과 혼동하는 사람도 있었고, 한국 콘텐츠가 일부 열정적인 팬층을 갖고 있기는 했지만 아직 세계적인 인기를 얻기 전이었다. 기대가 없었기에 오히려 한국의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볼 수 있는 불만 섞인 이야기들과 달리 사람들은 훨씬 친절했고, 풍경은 사진보다 실물이 더 아름다웠다. 나는 이 활기찬 나라를 사랑하게 되었고 한국은 나의 집이 되었다. 기대가 없었기에 오히려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나친 기대가 오히려 실제 경험을 가려 불필요한 실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모든 정부는 조국을 자랑스럽게 만들고자 하고, 모든 기업은 1등이 되고 싶어 하며, 모든 감독은 최고의 배우를 캐스팅하고자 한다. 그러나 ‘1등’ ‘세계 최고’와 같은 표현에 지나치게 몰두하면 외부인의 눈에는 과장되거나 부자연스럽게 비칠 수 있다. 한국인들에게는 이러한 표현이 자부심의 표현이겠지만 문화적 배경이 다른 외국인에게는 혼란스럽거나 오해를 줄 수도 있다. 모두가 자신이 1등이라고 주장한다면 겸손한 2등과 3등은 어디에 있는가? 세계가 서로 연결된 시대에서 ‘진정성’은 점점 더 희귀하고 소중한 가치가 되고 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꾸미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욱 매력적일 수 있다.
화려한 면만 강조하면 덜 알려졌지만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장소, 맛, 사람들을 놓치게 된다. 아름다움은 각자가 가진 고유함에서 나온다. 진정한 매력을 통해 편견이나 과장된 기대 없이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꾸며진 이미지가 아니라 진정성과 일상 속의 아름다움을 기반으로 글로벌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더욱 가치 있는 일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그들이 찾는 아름다움의 기준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제는 유명 관광지뿐만 아니라 소박한 골목과 전통시장을 즐기는 사람들도 늘었다. 이들은 미디어가 주목하지 않은 숨겨진 공간과 사람들 속에서 진짜 한국을 발견한다. 기대하지 않았던 작은 식당에서의 따뜻한 밥 한 끼나, 길에서 만난 사람과 나눈 짧은 대화가 평생 기억에 남는 특별한 순간이 되기도 한다. 이런 경험은 과장된 이미지보다 훨씬 값진 기억으로 남는다.
마지막으로 포르투갈의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의 말을 인용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는 “위대해지려면 온전하라. 네 안의 어떤 것도 과장하거나 배제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사람을 매일 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항상 온전하고 진정한 모습인 ‘달’에 비유했다. 사람들이 달을 보듯 한국의 과장되지 않은, 진정한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현실적이고 솔직한 기대를 한다면 평범한 순간에서도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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